[사설] 서울 지도 빽빽이 채운 문 닫은 가게들… 정부 책임 크다

입력 2020-09-22 04:01
본보가 21일부터 보도하고 있는 ‘코로나 블루 또 다른 재난, 현실화된 줄폐업’ 기획 기사는 섬뜩하다. 실물경제의 주요한 잣대인 자영업의 추락이 가슴을 친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폐업한 식당과 술집(일반·휴게음식점) 7687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가게의 평균 생존기간은 지난해보다 6개월(181일)이나 줄었다. 폐업 업체를 생존기간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수치인 중간값도 3.70년으로 지난해보다 184일 감소했다. 몇 개월 새 이렇게 생존기간이 급감한 것은 신생 가게든 오래된 가게든 급격한 폐업 위기를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기간에 1년도 못 버티고 문 닫은 음식점이 서울만 3138곳이다. 전체 폐업 식당의 41%다. 6개월도 못 버틴 데도 651곳(8.5%)이다.

암울한 현실은 통계청 고용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해 말 561만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올해 6월 말 547만명으로 14만명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이후 최대 폭이다. 가장 충격적인 건 서울 자영업 폐업지도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내 폐업 업체를 구글 지도에 표시했더니 서울 전역이 붉은 점으로 꽉 찼다. 강북이든 강남이든, 도심이든 주택가든 차이가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탓을 할 것이다. 불가항력적 사건을 어쩌겠느냐며. 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미 자영업자들은 이번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격한 노동비용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겹친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매 역할을 했겠지만 그 전에 이미 자영업 종사자 수와 매출은 빠르게 내려앉았다. 이런데도 정부는 세금 및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적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소비 여력을 더욱 고갈시킨다. 특히 내년에는 1주택 소유자를 비롯해 실제 거주 수요자의 조세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소비 수요가 더 줄어든다는 의미로, 자영업자에겐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자영업자 줄폐업은 경제의 약한 고리가 터져나가는 신호일 수 있다. 코로나19를 고려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이 다시 내년 3월까지 미뤄졌지만 영구히 미룰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고용시장의 ‘마지막 비상구’ 역할을 해 온 게 자영업이다. 정부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이런 심각한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지, 내년 3월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것을 고려해 재정 지출을 조절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