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동굴 속 맑은 호수 위를 카약이 떠 다녔다. “와! 신기하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동굴보트장에서 관람객들은 18일 2, 3인용 카약에 앉아 호수를 여유 있게 누볐다. 투명 카약 밑으로 수백 마리 송어 떼가 줄지어 다니는 이곳, 광부들이 오래전 떠난 이곳은 폐광이다.
충북 충주 활옥동굴은 약 100년간 백옥, 활석 등을 캐던 광산이었다. 한때 동양 최대 활옥광산이었던 만큼 동굴 길이가 55㎞에 이른다. 값싼 중국 활석에 밀려 2018년 폐광됐고 이듬해 체험과 휴식의 힐링 테마마크로 재탄생했다. 활옥동굴 임재봉 사장은 “폐광은 버려진 곳이 아니라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금광 같은 곳이다. 암벽 클라이밍, 아이스링크 등 아직도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역시 폐광인 강원도 태백 함태광업소. 컴컴한 갱도에 스마트팜이 조성돼 푸릇푸릇한 고추냉이가 자라고 있었다. 폐광은 내부 온도가 연중 10~15도로 유지돼 적정한 빛과 수분만 공급되면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은 고추냉이 생육 조건에 들어맞았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의 삼탄아트마인은 폐광된 삼척탄좌를 예술 캐는 광산으로 변모시켰다. 광부의 일터였던 공간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폐광지역을 황폐하고 낙후한 곳으로 보는 시선은 시대에 뒤졌다. 이처럼 부지를 재활용해 다양한 미래를 캐면서 환경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고 있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
[앵글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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