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목사의 ‘복음 설교’] 포도원의 주인과 품꾼 비유(1)

입력 2020-09-23 00:06

이 비유는 앞 장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앞서 베드로가 예수님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른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예수님은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마 19:30)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후 예수님은 이 대답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는지 부연 설명을 하신 게 오늘의 비유이다.

이 비유의 대략은 이렇다. 어느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구하러 아침 9시, 낮 2시, 낮 3시, 낮 5시에 나가서 일꾼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모두에게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자 많이 일한 사람이 원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주인이 이것은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본래 처음에 약속한 것을 준 것이라며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는 베드로에게 한 말과 똑같은 얘기로 끝이 난다. 이때 예수님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 ‘천국’에 대해 설명하셨는데 그 대답이 조금 특이하다. 일반적으로는 천국의 비유를 ‘지역’으로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인물(포도원 주인)’로 표현했다.(1절)

그렇다면 그 주인의 마음, 주인의 의도를 이해하면 보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은혜’이다. 왜 은혜인가. 1절을 보면 주인이 일꾼을 찾고 또 찾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포도원의 일이 급해서도 아니고, 사람이 없어서 할 일을 못 해서도 아니다.

주인이 일꾼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포도원에 들여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포도원을 가꾸기 위함도,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주인은 지금 집 나간 자녀를 찾듯이 일꾼을 찾아다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일을 주기 위해서이다.

이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면 그가 왜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씩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한 데나리온은 성인의 하루 품삯이다. 그 돈이 있어야 가족이 하루를 버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의 관심은 일꾼이 포도원에서 일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 일꾼이 자신에게 부양된 가족을 돌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것은 일을 마친 후 주인이 돈을 줄 때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주인은 처음 온 자부터 주지 않았다. 나중 온 사람들부터 주었다. 왜 그랬을까. 주인의 배려이다. 한 시간밖에 일하지 못한 사람은 마음이 심란했을 것이다. 이 저녁에 어디를 가서 나머지 돈을 채워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이 복잡했을 것이다.

그것을 주인은 너무나 잘 알았다. 더군다나 처음에 온 사람은 가격을 얘기했는데 나중에 온 사람은 얼마를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로 인해 몹시 불안하고 초조해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안심하라는 차원에서 먼저 불러서 넉넉한 일당을 지급했다.

반면 일찍 와서 내가 주인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했다고 생각하는 일꾼은 감사가 없다. 약속한 대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다고 느꼈다. 주인이 하루를 살게 해주었다는 은혜는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주인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베드로는 정확히 이 먼저 온 일꾼 같다. 예수님이 처음 베드로를 불렀을 때는 주 앞에 엎드려 죄인이라고 고백했던 그가, 3년이 지난 지금은 예수님에게 보상을 요구한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신 비유가 바로 이것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내가 주를 위해 무엇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로 인해 스스로 대견스러운가. 이때 이 말씀을 기억하자. 하나님이 내가 쓸 만해서 부른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였음을…. 그것을 기억할 때 원망과 불평 대신 감사로 내 삶이 채워지게 될 것이다.

이수용 미국 버지니아 한몸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