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경찰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문제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찰이 필기시험 합격자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일부 시험장에서 시험 시작 전 유출된 한 문제 때문에 당락이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경찰청은 20일 “유출된 경찰학개론 9번 문제 정답을 ④번으로 확정하여 채점해 필기 합격자를 먼저 선발한 뒤 필기시험 불합격자에게 한 문제(5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해 추가합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9번 문제를 맞혔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 문제 차로 필기시험에 떨어진 모든 응시자들도 우선 합격시키는 방안이다. 이는 경찰학개론을 선택하지 않은 응시자에게도 적용된다. 경찰학개론을 선택한 응시자에게만 특혜가 갈 수 있다는 형평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다.
전날 전국 94개 시험장에서 치러진 2020년 하반기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필기시험 선택과목인 경찰학개론 9번 문제 인쇄가 잘못돼 당일 각 시험장 현장에서 문제정정이 이뤄졌는데, 일부 시험장에서는 시험이 시작하기도 전에 정정된 문제를 칠판에 적어두며 사달이 났다. 소지품을 걷기 전이라 일부 응시자들은 참고서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답을 확인하는가하면, 칠판에 미리 적힌 문제를 찍어 다른 응시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험이 치러진 2684개 교실 중 25개 교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추가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생하면서 2~4차 시험전형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합격자 발생으로 기존 필기시험 합격자들은 더 높은 경쟁률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기존 합격자와 추가 합격자의 2~4차 시험전형을 분리해서 진행키로 했다. 기존 합격자들 중 애초 선발인원을 그대로 뽑고, 추가 합격자 전형은 따로 진행해 최종 선발인원을 추가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735명이었던 최종 선발인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기점수와 체력·면접시험 점수 등을 합산해 최종 선발하는 만큼 전형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 추가합격자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시험장 관리감독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