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만 2000여명에 불과한 전북 완주군은 2100여년 전 최첨단 금속문명의 중심이었다. 우리나라 초기 철기시대 금속제 출토품의 20~30%가 완주에서 나왔고, 청동거울도 30%가 이 지역에서 출토됐다. 당대 선진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얼리 어댑터’였던 셈이다. 이런 완주군이 21세기 새로운 하이테크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나섰다. 최첨단 고부가가치산업인 수소경제의 1번지를 꿈꾸며 야심찬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수소산업은 세계 각국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에 주력하는 분야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50년까지 전세계 수소시장이 2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3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3000만 개의 누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무한시장을 내다보고 박성일 완주군수는 ‘군정 4대 비전’에 수소산업 육성을 포함시키고 세계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큰 걸음을 걸어왔다.
완주군은 지난 해 12월 이웃인 전주시와 함께 ‘완주 전주 수소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주요 주거·교통수단을 수소에너지로 가동하며 지역특화 산업과 혁신기술 육성 등을 접목시키는 도시로 뽑힌 것이다. 울산시와 경기 안산시 등 2곳도 시범도시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도농(都農) 복합지역인 완주군이 큰 도시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게 된 배경엔 수소경제 기반과 뜨거운 열정이 큰 몫을 했다. 완주군은 연구기관과 연관기업, 산업단지 등 3대 인프라를 확실하게 갖춘 ‘준비된 도시’로 꼽혔다. KIST 전북분원과 전북테크노파크 과학기술진흥센터, 수소연료전지 지역혁신센터, 연료전지 핵심기술연구센터, 이차전지 신소재 융합 실용화 촉진센터,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 뿌리기업 특화단지 수출지원동 등 7개 연구기관이 전북과학산업단지와 봉동읍 일원에 운집해 있다. 수소경제를 이끌어가는 현대자동차 공장과 일진복합소재, 한솔케미칼, ㈜가온셀 등이 활발히 가동 중이다.
대규모 산단 조성도 특장점이다. 봉동읍 일원에 산업용지(171만㎡)와 미니복합타운(39만㎡)을 껴안을 ‘완주 테크노밸리 2산단’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 중소기업 농공단지 등 1000만㎡ 규모의 산단도 조성 중이다.
지난 6월 봉동읍의 현대차 공장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완주 수소충전소’ 준공식이 열렸다. 모두 58억 원을 투자한 이 충전소는 시간당 110㎏의 충전 용량으로 건설됐다. 1시간에 수소 자동차 22대 혹은 수소 버스 3대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날 행사는 완주가 국내 수소산업의 중심지임을 각인시키고 거대 비전을 보여준 출발점이었다.
7월 3일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 수소 상용차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민관합동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정 총리의 첫 번째 현장행보였다. 정 총리는 방명록에 “국민 모두의 여망인 수소경제의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돼 달라”고 적었다.
완주군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 6월 조직 개편을 통해 ‘수소신산업팀’을 신설했다. 이달 9일엔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소자문단’을 꾸렸다.
완주군은 ‘수소특화 국가산단’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수소산업 육성과 주력산업인 상용차 생산기지 활성화를 위해 특화 국가산단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향후 수소산업과 주거, 상업 등이 융합된 ‘수소 혁신타운’을 조성, 국내 수소경제 중심도시로 우뚝 선다는 방침이다.
박태환 완주군 수소신산업팀장은 “우리 군의 수소산업 비전은 전북도의 ‘새만금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과 함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화 국가산단과 혁신타운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박성일 완주군수
“수소산업 신성장 동력… 문화도시 함께 쌍끌이 엔진으로”
“소득과 삶의 질이 높은 행복도시 실현을 위해선 신성장 동력 창출이 중요합니다. 그 주인공이 수소산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성일(65·사진) 완주군수는 21일 인터뷰에서 “문화도시와 함께 수소산업을 완주군의 2대 성장엔진으로 삼아 100년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7년째 완주군정을 이끄는 박 군수는 ‘수소 단체장’으로 불린다. 지역 수소관련 기반을 확대해 완주군을 ‘수소경제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열정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신산업팀을 신설하고 수소자문단을 꾸린 것도 이런 의지의 발로다.
“시범도시 선정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주거와 교통 등을 산업화로 연결·확장하는 등 미래성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관련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 군수는 ‘수소특화 국가산단’과 ‘수소 혁신타운’ 조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먼저 정부와 전북도의 정책에 맞춰 수소 전주기 산업군을 담아낼 큰 그릇, 수소특화 국가산단을 조성하자며 이를 완주군에 유치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더불어 수소에너지 중심의 주거와 상업공간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지역거점인 ‘수소 혁신타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소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에너지입니다. 미래 경제의 핵심이자 친환경 에너지산업이 바로 수소경제죠.”
박 군수는 “이제 시작이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한걸음씩 산업화를 펴나가고 있다”면서 “작은 도시지만 세계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