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이 천당과 지옥으로 나뉘었다. 정규 리그 22라운드가 종료되면서 우승을 다투는 ‘파이널 A(상위 스플릿)’와 강등을 피하려 경쟁하는 ‘파이널 B(하위 스플릿)’가 나뉘었다. 광주 FC는 모든 경기장에서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파이널 A 진출을 극적으로 확정지었다.
K리그1 12개 구단은 20일 동시에 하나원큐 K리그1 2020 22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경기 결과 승점-다득점-골득실 순 기준에 따라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상주 상무, 대구 FC와 광주 FC는 파이널 A, 나머지 6개 팀인 FC 서울, 강원 FC, 성남 FC,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는 파이널 B가 확정됐다. 이들 구단은 각자 그룹 내 다른 팀을 상대로 총 5경기를 치러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6경기 모두 오후 3시에 시작된 이번 라운드는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파이널 A 마지막 한 자리인 6위의 주인이 이번 라운드로 바뀔 수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긴박했다. 파이널 A 진출 승부와 상관 없던 경기는 3·4위 간 경기인 포항과 상주, 이미 각기 소속 그룹이 확정된 울산과 인천의 맞대결 둘뿐이었다.
6개 경기장에서 모두 경기가 마무리 된 뒤 결국 웃은 건 올 시즌 승격팀 광주였다. 이전 라운드 8위였던 광주는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 원정 경기를 치러 0대 2로 승리, 6위에 오르며 파이널 A행을 확정지었다. 양 팀 모두 파이널 A 진출 가능성을 남기려면 꼭 승리가 필요했던 터라 더 피말리는 승부였다.
광주는 전반 역습 상황에서 공격수 펠리페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깔끔하게 제치고 선제골을 넣었다. 홈팀 성남은 공격자원을 총동원하며 승부를 걸었지만 이후 두현석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좌절했다. 이 승리로 광주 박진섭 감독은 승격 첫해 파이널 A 진출이라는 드문 성과를 이뤄냈다. 정장을 입고 선수들을 지휘한 박 감독은 경기 뒤 감격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반면 기존 6위였던 강원은 눈앞에서 파이널 A행 티켓을 놓치며 분루를 삼켰다. 강원은 이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강등권 사투 중인 수원을 상대로 지난해 신인왕(영플레이어상) 수상자 김지현이 후반 헤딩 선제골을 넣었으나 이후 수원에게 연달아 골을 허용, 역전당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전 라운드 7위 서울은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미 파이널 A 진출을 확정한 대구 FC를 상대했으나 무승부에 그쳤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던 이전 라운드 10위 부산 역시 전북 원정에서 전반 시작과 함께 상대 공격수 조규성에게 일찌감치 실점, 이후 구스타보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으며 꿈을 접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1월 중순 안에 파이널 라운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연맹 관계자는 “22일 안에 대진과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주중 경기를 편성 않고도 예정대로 마무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앞선 정규 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홈과 원정 경기 수가 결정된다. 각 그룹 상위 3팀이 5경기 중 홈경기를 3경기, 나머지 2경기는 원정으로 치르는 식이다.
외부 변수도 있다. 만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으로 파이널 라운드가 전면 중단, 재개되지 못한 채 조기종료 된다면 중단 시점의 순위 그대로 우승과 강등이 결정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