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이상직 징계 초읽기… 박덕흠·윤창현·조수진엔 역공 기류

입력 2020-09-21 00:13
사진=연합뉴스

재산을 축소 신고해 논란을 일으킨 김홍걸 의원을 긴급 제명한 더불어민주당이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로 감찰 중인 이상직(사진)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 초읽기’에 돌입했다. 당 윤리감찰단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 의원 징계 의견을 지도부에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전 ‘밥상머리 민심’을 고려해 속전속결 방식의 결정을 이어간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이 의원 징계 절차와 관련해 “윤리감찰단이 충분히 살펴본 뒤 결론 낼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직원 대량 해고, 자녀 편법 증여 의혹 등이 (김 의원보다) 가볍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 의원과 김 의원은 나란히 윤리 감찰 1호로 회부된 상황”이라며 “이 의원에 대해서도 시간 끌지 않고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는 게 기본 조사 원칙”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이 의원에 대한) 빠르고 강도 높은 조치를 바라는 당내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전격 제명된 김 의원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당의 출당 결정을 무겁고 엄숙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감찰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사실은 없다”고 반발했다. 소명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고 대면조사 일정까지 협의했는데 갑작스럽게 제명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도 윤리감찰단에 소명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이스타항공 경영 악화 및 대량 해고 사태 경위서를 비롯해 이 의원의 개인 재산 내역, ‘위장 이혼’ 의혹 관련 자료 등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경위서에서 “재산 대부분인 이스타항공(홀딩스) 주식을 모두 헌납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서도 “주식을 다 헌납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지난 14일 이낙연 대표가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한 것과 배치되는 태도다.

이 대표는 최근 윤리감찰단 조사와 별개로 이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심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 의원에 대해서도 김 의원과 동일하게 제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 의혹은 당의 노동 정책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안”이라며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 사안을 서둘러 털어낸 뒤 야당에 역공을 펼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박덕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11억원 재산 누락 논란에 휩싸인 조수진 의원 등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반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 의원을 제명한 것에 대해 ‘꼬리 자르기, 눈가리고 아웅’이라면서 폄하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세 의원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최고위원도 “민주당의 조치에 대해 트집잡기에 앞서 자당의 문제 의원들에 대한 제명 조치부터 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박 의원은 21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토위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이 발주한 공사를 편법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설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