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스크 취식에 무단 입장까지… ‘방역 무법지대’ 휴게소 실태

입력 2020-09-21 00:03
경기도 용인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은 시민들이 20일 발열 체크를 하지 않는 왼쪽 출구로 들어가고 있다. 바로 옆 오른쪽 입구 앞에는 발열 체크와 명부 작성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추석 연휴를 열흘 앞두고 귀성 인파가 몰린 휴게소에는 ‘방역 구멍’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추석 연휴를 열흘가량 앞둔 20일 경기도의 한 휴게소(하행선 방향)는 오전 10시부터 미리 벌초하러 나온 가족과 휴일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차 댈 곳 없는 차량이 주차장을 배회하는 광경은 여느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매점 앞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으로 가득해 수도권 거리두기 시행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휴게소는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갑자기 몰린 인파에 ‘방역 구멍’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 A씨는 이날 “커피를 주문할 때는 다들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데 막상 마실 때는 바로 매점 앞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다 같이 모여 마신다”고 말했다. 실제 커피숍 주변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는 시민들이 4~5명씩 둘러앉아 마스크를 내린 채 간식을 먹고 있었다. 추석 연휴에는 정부가 휴게소 내 식당에서 취식을 불허하기 때문에 식당 인근 야외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 시민들 간 감염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휴일인 이날 둘러본 경기도권 3개 휴게소는 저마다 식당 칸막이 설치와 출입구 분리 운용, 발열 체크 및 명부 작성 등 방역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휴게소를 다녀갔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방역 인력 충원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다른 휴게소에서는 푸드코트 입구에 시민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렸다. 다른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줄이 길었다. 바닥에 부착된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 간격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았다. 입구에서는 휴게소 직원 1명만이 입장객 발열 체크와 명부 관리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출입 명부에선 엉터리로 기재한 흔적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체온을 32도라고 표기된 이용객이 있는가 하면 아예 ‘김○○ 외 3명’이라는 식으로 구성원 대표만 체온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바로 옆 출구로 입장하는 사람도 다수 눈에 띄었다. 입구의 방역 담당 직원은 바로 등 뒤에 있는 출구로 이용객들이 들어가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취재진이 출구로 들어간 한 남성에게 ‘왜 출구로 들어갔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한쪽에만 몰려있길래 별 생각 없이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거기가 출구인 줄 몰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감염 고리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세심한 휴게소 방역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휴게소에서 집단감염은 곧 전국적인 산발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휴게소 방역의 핵심은 ‘분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 졸음 쉼터나 공터에도 시민들이 집에서 가지고 나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휴게소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이천=글·사진 최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