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구본환 ‘해임 사유’ 진실공방… 궁금증 증폭

입력 2020-09-18 04:07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경위를 두고 국토부와 구 사장이 정면충돌했다.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구 사장 해임 건의안 심의 전 구 사장 비위 내용을 공개했고, 구 사장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토부는 17일 구 사장 해임 건의와 관련해 “내부 감사 결과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 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국감장 이석을 허용받았는데 곧바로 퇴근해 사적 모임을 했다”며 “이런 사실을 감춘 당일 일정을 국회에 허위로 제출하는 등의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 사장 해임 배경으로 거론됐던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해임 건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 사장 개인 비위행위가 해임 건의 배경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구 사장은 이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비상근무체계는 아니었고 마침 저녁 시간이 돼서 지인과 식사하는 자리에 갔었다”며 “국토부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적 모임’이란 부정적인 어감의 단어로 무리하게 해임 사유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 사장은 이어 “문제가 있었으면 행적 논란 당시에 조사하고 문책해야지, 수개월 지난 뒤 책임을 지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구 사장의 비위 정보가 감사실에 접수된 게 올해 6월이었기 때문에 비위 행위와 감사 간 시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공운위) 개최 전 감사 내용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국토부는 이날 오전에만 해도 “관련 법규의 위반이 있었다”고만 밝히며 “공운위 개최 전까지 감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가 오후 들어서 돌연 내용을 공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언론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국토부 고위 간부 출신인 구 사장에 대해 국토부의 이같은 ‘초강경 공세’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구 사장은 국토부의 해임 건의 배경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겠다”며 말을 아꼈다.

구 사장이 일정을 허위 제출했다는 국토부 설명대로라면 국토부 산하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 사장의 해임 건의 사실이 처음 보도된 지난 15일 오후 인천공항은 구 사장이 국회에 제출했던 행적 기록을 각 언론사에 배포했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전성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