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게 섰거라” 공공배달앱 시동… 시장 반응은 ‘미지근’

입력 2020-09-18 00:14

국민 5명 중 1명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개쯤은 사용하고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배달의민족 독주 체제가 굳어지자 ‘착한 수수료’를 무기로 이들의 독주를 막으려는 공공배달 앱 출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군산시가 출시한 ‘배달의명수’에 대한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자 ‘정말 공공배달 앱이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배달대행 서비스 앱 사용량’을 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 월간 실사용자(MAU)가 1066만명을 기록했다. 배민·요기요·배달통의 점유율을 묶어서 보면 97.4%에 달해 사실상 배달 앱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6~12%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내고도 소상공인이 배달 앱에 끌려다닌다는 의견이 나왔고 공공배달 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배달 중개수수료를 0~2% 수준으로 대폭 낮춰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기존에 있던 중소 배달 앱과 협력해 제로페이에 기반한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중개수수료는 최대 2%를 넘지 않도록 했다. 경기도는 다음달 시범서비스를 목표로 ‘경기도 공공배달 앱’(가칭)을 준비하며 현재 가맹점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경북, 충북, 강원도 춘천 등에서도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크다. 한시적인 할인 행사와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현재의 편리함을 놓고 공공배달 앱을 선택하겠느냐는 것이다. 군산시 배달의명수 MAU를 보면 4월 6만8000명에서 7월 2만8000명으로 3개월 사이 절반 이상 줄었다. 소상공인 중개수수료를 줄여준다는 좋은 취지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이용하겠다고 나섰지만 서버 불안과 불편한 시스템 등으로 결국 선택지에서 배달의명수를 제외한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달의민족이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건 혁신적인 마케팅 덕분”이라며 “고객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든 역동적인 시장에서 단순히 ‘착한 소비’ 의지만으로 고객이 서비스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착한 수수료만 앞세우고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배달의명수처럼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메기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내에 점유율을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수료 2% 이하를 내걸고 나온 공공배달 앱의 존재만으로도 기존 배달 앱들에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제로배달 유니온에 참여한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가능성을 보게 된다면 업계 내 자체 컨소시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쟁이 거의 없었던 기존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을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