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감축 목표를 기존 40%에서 55%로 상향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의회에서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유럽이 국제 문제에 더욱 분명한 입장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U는 코로나19로 각국 경제가 휘청이고 기업들이 탄소배출에 대한 기존의 목표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기존보다 더 혹독한 목표를 제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에게 이 목표는 야심차고 달성 가능하며, 유럽에 유익하다”면서 “EU 국가들은 이미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줄이면서 경제를 60% 이상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EU 국가들이 조성한 코로나19 회복기금 7500억 유로(약 1036조원) 중 37%를 환경적 목적에 사용하길 원한다”고 밝혔고, “앞으로 EU 예산의 4분의 1을 기후변화 대처에 사용하고, 향후 10년 동안 EU 경제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1조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EU의 새로운 탄소배출량 목표가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탄소배출량 목표가 강화되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탄소배출량 감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달려 있을 수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가장 큰 경제권이자 가장 큰 오염원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이자 자동차산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독일은 그간 유럽의 ‘녹색 산업혁명’을 이끌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메르켈 총리는 탄소배출량 목표 강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규제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계속 모색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