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미국에 지난달부터 산불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허리케인이 상륙해 재앙적인 홍수 피해를 낳고 있다. 3중의 재해가 미국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시속 165㎞의 강풍을 지닌 허리케인 ‘샐리’가 남동부인 플로리다주와 앨라배마주를 강타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강력한 허리케인 샐리가 ‘역사적이고 재앙적인 홍수(historic and catastrophic flooding)’를 몰고 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샐리는 플로리다주와 앨라배마주의 해안 지역에 강풍과 함께 폭우를 몰고 왔다. 샐리는 이날 오전 4시45분쯤 플로리다주와 앨라배마주 경계에 위치한 앨라배마주 걸프쇼어스 인근에 상륙했다.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해군항공기지엔 61㎝의 비가 내렸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기상청은 “펜서콜라 거리가 강으로 변했다”며 “플로리다 일부 지역엔 4개월 내릴 비가 4시간 동안 쏟아졌다”고 알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샐리로 인해 현재까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로이터통신은 50만이 넘는 가정과 사업장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엔 강풍과 폭우로 나무가 뽑히고 도로가 침수됐다. 일부 지역에선 모든 주민이 대피했다. 2등급 허리케인 샐리는 시속 7㎞의 속도로 플로리다·앨라배마주 내륙 지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샐리의 특징은 속도가 느린 것이라고 에드 라파포트 허리케인센터 부국장은 설명했다. 속도가 느려 한 장소에 장대비를 뿌리는 바람에 홍수 우려가 특히 높다.
기상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허리케인이 더 강력해지고, 더 느려지고, 더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이 기후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앨리배마·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서부를 뒤덮고 있는 산불도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이다호주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서부 산불은 이미 500만 에이커(2만234㎢) 이상을 불태웠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남한 면적(10만188㎢)의 20%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최소 36명이 산불로 목숨을 잃었다.
산불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소방관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 소방관은 36일 연속 화재 진압에 나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주 삼림감독관인 조지 기슬러는 “양동이에 아무것도 없다”고 물을 비롯한 장비 부족을 우려했다. 다른 삼림감독관 앤디 스톨은 “원자폭탄이 터진 곳에 물 한 동이를 붓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미국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산불과 허리케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