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7일 “빅테크와 디지털 경쟁에서 넘버원 플랫폼 금융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날 ‘3선 연임’이 확정된 이후 언론에 첫 포부를 드러내는 자리에서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빅테크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주축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을 일컫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빅뱅크(대형 금융사)와 빅테크 간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초대형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 쟁탈전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간편결제 및 송금,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진출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네이버는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 이어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면서 보험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에 이어 ‘카카오뱅크’로 은행권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또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한 데 이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 양대 빅테크의 시가 총액은 지난달 초 기준으로 네이버는 51조1000억원, 카카오는 32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KB금융지주(14조8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빅뱅크와 빅테크의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비대면 헌금시장’ 쟁탈전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교회와 성당들이 늘자,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비대면 방식으로 헌금을 낼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속속 구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QR코드와 자금관리서비스(CMS) 도입 등을 통해 비대면·스마트 헌금 시스템을 내놨다.
빅테크 업계에선 카카오페이가 한발 빨랐다. 지난 3월부터 온라인 헌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4만~5만개에 달하는 교회 수를 감안할 때 금융업계에서는 ‘비대면 헌금 시장’이라는 새로운 공략 목표가 형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빅뱅크와 빅테크 간 기술과 서비스,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회장은 이날 빅테크와의 경쟁을 언급하면서 ‘3S’를 강조했다. 3S는 쉽고(simple) 빠르고(speedy) 안전한(secure) 서비스를 뜻한다. 빅뱅크와 빅테크 간 경쟁의 승자는 결국 3S에 반응하는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소영 예금보험공사 리스크총괄부 조사역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신용 관리나 소비자 보호에 허점이 드러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