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공평한 추를 기뻐하신다

입력 2020-09-18 04:03

2020년 8월 15일 광화문 집회는 서울시가 금지처분을 했으나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개최됐다. 많은 시민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이에 정부는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고,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위치 추적을 통해 집회 참석자를 확인하고 집회 관계자를 고발했다.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은 지역 감염이 만연한 상태에서는 피조사자가 증가하면 확진자 수는 증가하기 마련인데, 정부가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집중 조사해 마치 그 집회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양 호도하고 있다면서, ‘정치 방역’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라고 반박한다.

헌법은 집회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를 금지한다(제21조). 집회 자유는 집단적 표현 자유의 성격을 가지며, 개인의 인격 발현과 민주주의의 필수적 구성요소로 평가된다. 집회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며, 집회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후에 고려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다(헌재 2003.10.30. 2000헌바67).

코로나 확진자는 8월 13일 56명, 14일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 18일 246명, 19일 297명, 20일 288명이다. 피조사자가 많을수록 확진자도 증가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체육학원의 무증상 학생에 대한 임의조사에서 20명(33%)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8월 15일 전에 이미 지역 감염이 심각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2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막지 않은 일, 5월 이태원발 GH 변형 바이러스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일에 이어 여권의 고 박원순 장례식 주관, 8월 17일 휴일 지정 및 외식·영화 쿠폰 발행 등으로 야기된 국민의 경계심 이완 등이 코로나 확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광화문 집회 전에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이 부정된다면 광화문 집회에 대한 사전 금지는 헌법 위반이다.

정부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기지국을 통해 위치 정보를 확보하려는 검사의 영장 청구를 수사 필요만에 의해 가능케 했던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헌재 2018.6.28. 2012헌마538). 정부가 관련법에 의해 판사 영장 없이 감염병 환자 등의 위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해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지국을 통해 참석자 위치를 추적한 것은 위 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정부는 8월 15일 즈음에 전국 해수욕장에 모인 수백만 인파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안 했다. 또 8월 15일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있었음에도 조사에 미온적이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를 문제 삼기 위해선 각종 집회와 해수욕장 참여자 등에 대해 전수조사나 무작위 표본조사를 통해 광화문 집회가 다른 곳보다 고위험이라는 사실을 입증했어야 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만을 집중 조사해 확진자를 발표하고, 그 집회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양 왜곡한 것은 공정치 못한 처사다.

“공평한 추는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니라”(잠언 11장 1절). 정부 방역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또 피조사자 및 확진자 현황, 조사 및 확진판정 기준, 조사 방법 및 감염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한다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정부 조치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정 집회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국민 통합과 성공적 방역을 방해할 뿐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