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아들, 위국헌신 몸소 실천” 안중근 의사에 빗댄 與

입력 2020-09-17 04:02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쿠데타 세력’ 발언에 항의한 뒤 청문회장을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해 그동안 적극 엄호에 나섰던 여당이 이번에는 서씨를 안중근 의사에 빗대 논란을 빚었다. 서씨가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무릎이 아픈데도 병역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취지다.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대해선 “쿠데타하다 안 되니까 국회에서 공작을 한다”는 주장도 했다.

야당은 “집권 여당이 이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에 대한 옹호 발언이 오히려 국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서씨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가짜뉴스로 국방 의무를 다한 군 장병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는 추 장관 아들이 군인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박 원내대변인 논평에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반칙과 특권에 왜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이나. 장관 아들 한 사람 구하려다 여당이 이성을 잃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용비어천가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순국선열들께서 통탄할 일이다. 순흥 안씨의 한 사람으로서 안중근 의사를 욕되게 한 것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너무나 참담해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 후보자에게 관련한 생각을 물었고 서 후보자는 “(군에) 갈 수 있으니까 갔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 논평이 논란을 빚자 박 원내대변인은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부분을 삭제한 수정 논평을 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서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지칭해 논란이 됐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자 얼굴 사진을 공개한 황희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홍 의원이 “옛날에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작해 쿠데타까지 일으키다 안 되니까 국회에 와서 공작한다”며 “가짜뉴스로 공작해야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고 퇴장해 청문회는 중단됐다가 홍 의원이 사과한 뒤에야 재개됐다.

여당의 추 장관 옹호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논란을 키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군 휴가 절차에 대해 ‘카카오톡 신청’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정청래 의원은 ‘김치찌개’, 우상호 의원은 ‘편한 군대’, 황 의원은 ‘단독범’ 표현으로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을 야당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메시지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와 거리가 있고, 그 결과 의도와 다르게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교육과 병역은 국민 관심사이자 역린으로, 예민하게 다뤄져야 하고 낮은 자세로 처리돼야 한다”며 “청년들의 허탈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의원들이 여기저기서 앞다퉈 한마디씩 하는 걸 들어보면 눈과 귀를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