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책임감으로 짊어졌던 무거운 짐 주께 맡기고 기쁨과 감사 넘쳐

입력 2020-09-21 00:07

집안에 아픈 분들이 많아 ‘맏이인 네가 약사가 되면 참 좋겠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작곡가의 꿈을 접고 약대에 진학했다. 그러다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고, 대출을 받아서 친척에게 빌려준 돈마저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워졌다. 남동생이 보충수업비 6000원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종아리를 맞고, 주례를 맡은 아버지가 택시를 잡지 못해 이웃집 과일가게 트럭을 얻어타고 겨우 시간 맞춰 다녀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내가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 약국을 오픈하고 오직 가족들을 위해 기쁘게 희생할 때 의약분업으로 주위에 대형약국이 들어섰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 결국 큰아이 어린이집도 끊었다. 하나님 일에 열심인 남편을 탓할 수도 없이 혼자 버티다보니 자연히 대화는 단절되고 오해까지 싹트며, 끝이 없어 보이는 삶에 회의가 들었다.

절망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저녁, 일을 마치고 혼자 셔터를 내리는데 복면을 한 강도가 순식간에 뛰어들어 안에서 셔터를 닫고 목에 칼을 대고 돈을 요구했다. 강도는 나를 창고에 가두고 돈 통에서 돈을 꺼내 도주했다. 혼비백산돼 창고에서 벌벌 떨던 짧은 시간에,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에 하나님이 개입하시는구나! 하나님! 지켜주세요. 제 마음 좀 확 바꿔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기도 중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예수님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고 웃으며 돌아가는 로마 군병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이 보였다. 그때 ‘성자 하나님이 사람으로 오셔서 나를 위해 저렇게 채찍에 맞고 앉아 계셨었구나!’ 예수님을 미쳤다고 한 동생 야고보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한 사실이 생생히 보였다. ‘형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안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먼지만도 못한 나를 위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신 주님을 대적하며 살아온 내 모습이 비춰졌다.

군병들의 뒷모습을 보시던 예수님의 시선이 나를 향한 시선임을 알게 된 순간 엎드려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전능자가 십자가를 향해 걸어오시며 ‘나를 믿으면 네가 산다’고 애타게 나를 불렀는데 나는 고작 ‘살겠네, 못살겠네, 삶이 힘들고 분통이 터져서 죽겠네’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내가 주인 되어 살지 않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십니다.’ 눈물로 고백했다.

흑백사진 같았던 말씀들이 선명한 칼라가 되며 그동안 내가 주인 되어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았다. 날마다 기쁨과 감사가 넘치고 모든 삶의 기준이 예수님의 말씀이 되었다. 이제 보니 지나간 내 선행은 그 기초가 자기 의를 드러내는 거였다. 예수님이 이유가 아니었다. 예수님을 믿어도 삶의 문제는 늘 있다. 파도처럼 문제가 밀려온다고 해도 예수님이 주인인 사람은 절대 가라앉지 않고 주님과 함께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다. 지금도 눈을 들어 주님을 보지 못하면 어김없이 문제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즉시 내가 주인 된 죄를 회개하고 주님께 염려를 맡기면 그 늪에서 빠져 나온다. 번잡한 모든 생각과 의무감을 떨치는 방법은 주님 생각! 그리고 오늘 내가 주안에서 할 일은 사명! 이것만 붙든다. 세상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건져서 주의 길로 들어서게 하심을 감사하고, 주와 공동체 안에서 내 몫의 퍼즐을 맞추며 살아가게 하심에 감사드린다.

이상은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