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가정서 선교적 교회 이끌어갈 내일의 리더 양육

입력 2020-09-18 00:06 수정 2020-09-18 00:06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유초등부 어린이들이 지난해 9월 지역 저소득층 이웃에게 보낼 선물과 카드가 담긴 박스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3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나성영락교회에서 영어목회를 하고 있을 때 일이다. 처음으로 엔젤트리(Angel Tree) 사역에 참여했다. 미국의 프리즌 휄로우쉽(Prison Fellowship)이라는 선교기관에서 성탄절에 펼치는 사역이었다. 교도소 재소자들의 어린 자녀에게 부모를 대신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특별한 사역이었다.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매우 귀한 사역이라 우리 부부는 토요일 오전 어린 세 딸을 데리고 이동했다. 준비한 선물 세 개를 갖고 전달받은 주소의 집을 찾아갔다. 우리 가정은 프리즌 휄로우쉽에서 교회로 보내온 100여명의 재소자 자녀들 명단 중 우리처럼 딸 셋이 있는 가정을 선택했다.

당시 8살이었던 맏딸은 그 당시 기억을 되살리며 이렇게 간증했다. “목사의 딸로 자라면서 교회의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에 의무감을 느끼고 참여했어요. 그러나 엔젤트리 사역만큼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나와 내 동생들은 매년 엔젤트리 사역을 기다렸어요.”

이 사역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엔젤트리에서 아이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있는 카드를 뽑는 일, 부모와 같이 나가서 그 아이에게 적절한 선물을 사는 일, 집으로 돌아와 그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은 뜻깊었다. 그 집을 찾아가 선물을 전달하면서 그들과 함께 그 가정을 축복하며 기도했던 일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었다.

맏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과 만남은 언제나 잠깐이었지만 그 가족의 얼굴, 특히 어린 아이들의 표정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요. 그렇게 작은 섬김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어려운 가정에 전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죠. 엔젤트리 사역은 참 특별한 사역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며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삶의 교육과 훈련을 쌓아가는 것은 매우 귀한 일이다. 실제적인 섬김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그리스도인의 가치관이 심어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신앙 인격의 성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필그림선교교회 초등부 학생들이 아이티에 보낼 십자가 목걸이를 들고 있는 모습(왼쪽). 사랑의 선물을 박스에 담고 있는 모습(오른쪽).

교회의 유초등부(1~5학년) 어린이들은 가을 동안에 노숙자들을 위해 선물 상자(homeless package)를 준비한다. 그 안에는 털모자와 목도리,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가 들어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그것들을 여러 지역의 다민족 교회와 연합해 인근 지역의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며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한다.

매년 초등부 아이들의 가정은 크리스마스 선물박스에 장난감과 학용품을 사서 넣고 자신들이 쓴 사랑의 편지를 넣고 포장한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보낸다.

지난해에는 아이티 선교를 위해 초등부 학생들이 선교팀이 방문하는 마을의 각 가정 아이들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해 보냈다. 샌들, 나무 십자가, 가방을 준비했는데 한 학생은 자기가 적금한 돈으로 200개의 나무 십자가와 가방을 준비했다. 이 선교사역에 동참한 70명의 초등부 아이들이 모두 함께 십자가 목걸이와 신발을 넣을 가방에 성경 말씀과 그림을 넣어서 전달했다.

자녀들과 함께 선교적 삶을 실천하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어 감사하다. 아이들과 함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사랑의 식사’(Loving Meals) 사역에 참여하는 C집사는 가족이 함께하는 선교적 삶을 통해 얻는 기쁨과 열매를 이렇게 간증했다.

“사춘기 아이의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히고, 실제로 러빙밀 사역을 위해 장을 보는 과정에 도와 줄 봉사자가 필요해 큰아이와 함께 장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짐을 들 때 투정도 하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 끼의 러빙밀을 전하는 다른 봉사자들을 보며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 불평 없이 봉사하는 첫째, 둘째 아이와 봉사 자체를 마냥 즐거워하는 셋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참 마음이 뿌듯합니다.”

C집사는 무엇보다 펜데믹 기간 동안 사랑의 실천이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정예배를 통해 입술로만 ‘집 없는 불쌍한 이들, 아픈 이들을 도와주세요’라고 하던 고백에, 행함이 더해져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녀로 한 발짝 성숙해 감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셔널 처치는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가는 가정으로 세워진다. 사랑의 섬김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믿음의 가정 안에서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갈 내일의 리더들이 자라나고 있음을 본다. 미셔널 처치의 꿈을 키워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양춘길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