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숙은 제명했는데… 민주, 尹 문제 고민

입력 2020-09-16 04:04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미향(사진) 의원의 신변 정리 문제를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윤 의원이 자발적으로 당원권 행사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간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게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같은 비례대표였으나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으로 제명 처리했던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오후 윤 의원을 당헌·당규상 징계 대상자로 규정한 ‘부정부패 연루자’로 볼 수 있는지, 당의 징계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당시 공직자가 아니어서 ‘부정부패사범’이 아닌 ‘경제사범’으로 봐야 하고, 최고위원회가 직접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비상징계의 경우에도 이 건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양 의원을 즉각 제명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은 민주당에서 영입했으나 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시민당 후보로 당선됐다. 시민당은 양 의원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부동산 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윤리위원회를 열고 제명한 뒤 곧바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윤 의원의 경우는 공천 심사가 아닌 과거 활동 경력 때문에 기소된 경우여서 이런 절차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당헌·당규에 따라 금고형 이상이 나와야 제명을 요청할 수 있다”며 “사무총장이 당직 정지를 할 수는 있는데 윤 의원이 먼저 당직을 그만둔다고 했기 때문에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양 의원 제명 당시 활동했던 전 당직자도 “양 의원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재산 관련 거짓 정보, 자료 누락 등을 문제 삼아 제명했던 것”이라며 “윤 의원은 그런 문제가 아니어서 결국 지금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나온 봉합책이 윤 의원의 자발적 당직 정지인 셈이다.

문제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이다. 결국 민주당은 윤 의원 스스로 당원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당 사무총장 권한으로 윤 의원의 당원권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또 이낙연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윤리감찰단을 신설, 윤 의원 건을 조사토록 했다. 이 대표는 “윤 의원에 대한 당의 입장을 곧 밝힐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기해 새롭게 도입키로 했던 윤리감찰단을 16일 구성하고, 이와 연결지어 최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