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미국 서부지역에서 사상 최대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고, 남극에서는 최대 규모의 빙하 2개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여름 북반구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서남극 아문센해의 파인섬 빙하와 스웨이츠 빙하 가장자리에 위치한 빙붕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날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빙붕은 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있는 300~900m 두께 얼음 덩어리로 남극대륙으로 접근하는 따뜻한 바닷물의 흐름을 막아준다. 빙붕이 허물어지면 빙하가 녹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빙하가 녹으면 지구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파인섬 빙하의 경우 1999년부터 가장자리 빙붕이 깨지기 시작했고 그 속도가 2016년 이후 가팔라졌다. 특히 스웨이츠 빙하는 미국과 영국이 그 존속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들일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 빙붕의 면적은 최근 6년 동안 30% 가까이 줄었는데 이는 로스엔젤레스 전체 면적과 같다.
파인섬과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두터운 빙하들로 이미 소실된 양만으로도 지구 전체의 해수면 상승에 5% 정도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 빙하가 소멸되면 전 세계 해수면이 3m나 높아질 수 있다고 WP는 경고했다.
북극의 빙하도 소멸 위기다. CNN방송은 이날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기관(GEUS)의 분석을 인용해 북극권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약 110㎢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떨어진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2배에 달하는 크기다.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촬영된 이 지역 위성사진에서는 빙붕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바다로 떠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그린란드의 얼음 손실 비율이 1972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제니 터튼 연구원은 CNN에 “그린란드 북동부는 1980년 이후 기온이 3도 정도 상승했고, 특히 지난해와 올해 기록적으로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북반구 온도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8월 북반구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15.6도)보다 1.17도 높았다. 이전 공동 최고치였던 2016년과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은 수치다.
8월 기준으로도 북반구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보다 1.19도 오르며 새 기록을 썼다. 특히 북미는 평균보다 1.52도 상회하며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전 지구적으로는 2016,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더운 여름이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