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시행으로 질병 치료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8월 시행된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개인 식별이 어렵도록 가공한 ‘가명정보’를 병원이나 제약사, 의료기기 기업 등 제3자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수많은 데이터가 모이면 비특이적 증상으로도 특정 질환을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진료 지침이 기준이 됐던 기존의 시스템이 실시간 ‘개인별 맞춤 치료’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데이터3법이 원격의료, 웨어러블 기기 시장 확대는 물론 보건의료 분야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텔레메디신(telemedicine, 원격진료) 활성화는 필연적이다. 현재 당뇨 환자들은 아침마다 혈당을 측정해 수기로 작성하고 내원할 때 기록들을 가져오는데, 원격진료가 가능한 기기를 이용한다면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지고, 그런 데이터가 모이면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환자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비슷한 패턴의 환자들과 비교해 다른 질환 발생 여부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처럼 병원 방문을 꺼리는 질환의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가 모이면서 특정 질환의 증상이 구분되면,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내원하지 않고 질환 발생을 예상할 수 있다”며 “병이 나서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발병을 막는 웰니스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의료 관계자는 현재 치료 기준이 되고 있는 가이드라인 대신 개인에게 맞는 치료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치료 환경이 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이 오면 지침에 맞춰 진료를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그 자리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추천하는 ‘개인 맞춤 치료’ 환경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더 나아가 의료복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생활행태에 대한 데이터와 질병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함으로써 잘못된 생활습관의 질병발생 및 중증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의료취약계층, 노령층 및 소득 차상위계층의 건강위해요인 분석, 질병양태 분석, 의료비 지출 행태 분석 등을 통해 의료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한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빅데이터 공유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사용’이 데이터3법이 가지는 목적과 다른 취지로 변질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권 원장은 “가명처리 후에도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재식별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및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또 유전체 등 바이오데이터와 같은 개인민감정보는 생명윤리법상 활용 가능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데이터3법 개정법 시행 초기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이해관계자 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법 상 의료기관이 관리책임을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에 대한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개정된 법을 잘 이해하고, 사안별로 법 적용 여부에 대해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실시간 개인별 맞춤치료 가능… 가명정보 병원서 동의없이 공유
입력 2020-09-15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