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심도시 광주, 문화 목마름

입력 2020-09-16 04:06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문화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대형 공연과 문화 축제 등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15일 광주 문화계와 공연예술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지역 연극·뮤지컬·클래식·국악 공연 등이 무대에 오른 횟수는 289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8회에 비해 32.9%에 불과했다. 공연 개막 편수 역시 40편으로 지난해 동기 134편의 29.8%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공연 매출액도 3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13억4200만원에 비해 27.7%에 그쳤다.

대표적 문화공연 시설인 광주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지난 2~6일 예정한 공연·예술 축제 ‘그라제 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그렇지’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 ‘그라제’를 내세운, 올해 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가장 큰 축제다. 교향악단과 극단, 발레단, 창극단, 합창단 등 5개 시립예술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민간예술단체가 가세한 행사였다.

문화예술회관 주관 공연 4개를 포함한 기획·대관 공연 일정도 연기했다.

광주공연마루에서 매주 5일씩 판소리 민요 한국무용 등 전통국악과 창작·퓨전 국악을 공연해온 브랜드 공연인 ‘광주국악상설공연’도 수개월째 관객을 맞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문화계가 ‘빙하기’를 맞으면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설 문화공연장도 늘고 있다. 각 문화단체들은 영상·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광주 북구의 한 국악단은 지난 4월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 공연을 시작했으나 영상 1편당 최소 200만~300만원의 제작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2달 만에 영상 제작을 중단했다.

지난 14일 광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은 준3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실내 50명, 야외 100인 이하 공연이 조건부 허용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성현출 관장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지역 문화·공연계는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며 “일년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축제를 취소하게 돼 아쉽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