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불거진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4개월간의 검찰 수사 결과 윤 의원이 호소한 결백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파악한 윤 의원의 횡령액은 약 1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또 정의연 사태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회계공시 부실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 부실공시를 상당수 확인했지만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처벌규정의 공백이 정의연을 포함한 공익법인 전반의 부실공시 관행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이 14일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며 적용한 죄목에는 업무상 횡령이 포함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계좌를 이용해 모금한 3억3000여만원 중 5755만원을 개인용도로 임의로 소비한 점을 파악했다. 이는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개인계좌로 모금을 했다고 해서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던 윤 의원의 해명을 뒤집는 결과다. 윤 의원은 2억8000만원을 개인계좌로 모금해 2억3000만원은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됐고, 나머지 5000만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업에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윤 의원의 기부금 유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11~2018년 정대협 법인계좌에서 지출 근거 없이 개인계좌로 금원을 이체 받아 사용하거나 개인지출 영수증을 제출한 뒤 보전받는 등의 방법으로 2098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대협 마포쉼터 운영비에서도 2182만원을 임의로 이체 받아 소비했다.
안성쉼터 역시 윤 의원의 반박과는 달리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그간 윤 의원 측은 해당 주택이 평당 600만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9억원에 내놓은 매물을 오히려 싼 값에 사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거래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고 매도인이 요구하는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마련하거나 개인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윤 의원 부부가 보유하고 있던 자금과 친인척 자금, 윤 의원 남편이 받은 형사보상금 등으로 딸의 유학비를 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정의연 단체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공시 누락 등 부실공시가 상당히 있었으나 확인 결과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는 돼 있고, 지출에도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회계처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를 국세청 시스템에 공시하는 과정에서 허위입력 또는 누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검찰은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부실공시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촉발된 정의연 사태 내내 논란의 중심이었다. 정의연이 2016~2019년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서울시 등으로부터 국고보조금 13억4000여만원을 받고도 8억여원을 공시에서 누락한 점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공익법인의 부실 회계공시에 대한 처벌규정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제도 개선 의견을 내기로 했다.
정현수 최지웅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