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은 데 이어 상장과 동시에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카카오게임즈가 3거래일 만에 크게 하락했다. 고가에 물량을 넘겨받아 손실을 봤거나 차마 팔지 못하고 손실 구간에 묶인 개인투자자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14일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8만1100원) 대비 9.00% 하락한 7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에 실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폭락으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투자자별로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485억원, 8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개인은 17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음에도 가격 급락은 막지 못한 셈이다.
하락세가 가팔랐던 데다 눈에 띄는 반등 구간도 나오지 않아 이날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장중에 차익을 챙기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또 한 번의 급등을 기대하며 상한가 물량을 어렵게 사들인 이들 중 상당수는 이날 자신의 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이 높다. 11일에도 기관과 외국인은 순매도하고 개인이 16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바로 직전 인기 공모주였던 SK바이오팜보다 강한 인기를 누렸지만 ‘열기’는 더 빨리 꺼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4거래일째인 7일 25.64% 오른 26만9500원까지 뛰었다. 당일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고 21만6500원에 마감했지만 소폭(0.93%)이나마 상승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과 비교된다.
카카오게임즈는 SK바이오팜보다 상한가가 일찍 풀린 데다 이날 최대 상승폭(9.86%)도 10%에 못 미쳤다. 고가는 8만9100원으로 9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11일 상한가에 매수한 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시간은 장 초반 20분 정도에 불과하다. 장 초반 급등했던 주가는 금세 8만원 선을 깨고 내려간 뒤 2~3%대 하락을 이어가다 장 마감이 가까워진 오후 2시 이후 속절없이 미끄러졌다.
카카오게임즈 시총은 지난 11일 5조9369억원에서 이날 5조4024억원으로 53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상장 후 3위까지 올랐던 코스닥 시장 내 순위는 하루 만에 5위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게임즈 역시 다른 신규 상장 종목과 마찬가지로 한동안은 거품이 빠지면서 제 가격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 앞서 증권사들이 제시한 적정 주가는 대신증권 3만3000원, 메리츠증권 3만2000원 등 3만원대다. 미래에셋대우가 단기 오버슈팅(급상승)을 감안해 제시한 가격도 4만2000원으로 이날 종가의 57% 수준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