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죽겠다구!’ 전통시장만 지원, 입나온 대형마트

입력 2020-09-15 00:06

정부가 올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 방안을 대거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등도 매출 타격을 입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책 대부분이 전통시장 소상공인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이동 최소화를 외치면서 대부분 오프라인에서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전통시장 소비를 유도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석을 전후해 전통시장에 특화된 수요창출 대책을 대거 쏟아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높이기 위해 추석 연휴 약 1주일 전인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50만원 이상 사용하면 내년 1~2월에 월별 개인 구매 한도를 30만원 이상 확대해준다. 전통시장 소비를 계속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올해는 공공기관의 성과급이나 추석 상여금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기관은 온누리상품권 지급 방침을 확정했다. 주차장이 협소한 전통시장 특성을 고려해 전국 489개 전통시장의 주변 도로에도 주차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우체국전통시장’ ‘온누리전통시장’ 등 7개의 전통시장 온라인쇼핑몰에서 최대 40%의 지역특산품 할인 판매를 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는 대형마트 등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 지원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대비해 2018년까지 해온 ‘코리안 세일 페스타’ 등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내수지원책을 이번 연휴에는 열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에 취약하고 지역 경제 어려움이 더 큰 점을 고려할 때 전통시장을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로 두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코로나19 어려움으로 인해 점포 매각 등을 해야 하는 처지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매출 악화와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경기도 안산점, 대전 탄방점·둔산점 등 점포 3곳의 매각을 결정했고, 롯데마트도 서울 구로점과 도봉점, 경기 이천 마장휴게소점 3개 점포의 영업을 올해 안에 종료키로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아예 바닥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소비를 유도하는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책이 외출 자제를 당부한 방역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과 경제 양면을 모두 챙겨야 하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정부 대책이 매번 당면 문제 해결에만 맞춰진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그동안 해온 국내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대신 온라인 예술 공연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소개한 ‘인천 K팝(INK) 콘서트’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각각 다음 달 10일과 24일 개막으로 추석 연휴 이후에야 열린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