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금 유용 드러난 윤미향… 상응하는 책임져야

입력 2020-09-15 04:01
검찰이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업무상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후원금을 유용한 일은 단연코 없다며 자신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 대부분을 부인해온 윤 의원의 당당한 태도가 무색해지는 수사 결과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 중 상당 부분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윤 의원의 혐의는 파렴치하다. 허위 신청 등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지방보조금 3억여원을 받았고,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과 법인계좌 등에서 1억여원을 꺼내 개인적으로 썼다. 또 중증 치매를 앓고 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을 재단에 기부하게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안성쉼터)는 시세도 확인하지 않은 채 비싸게 샀고, 사업 목적과 달리 미신고 숙박업소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과 정의연 의혹은 지난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여러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윤 의원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70%에 달하기도 했으나 윤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며 사퇴하지 않았다. 그는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개인계좌로 받은 것은 잘못이라고 시인했으나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정의연 사건이 불거졌을 때 윤 의원을 감싸고 엄호했던 여당 의원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특히 사태 초기에 온갖 의혹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친일 세력의 공세’로 규정하는 의원이 많았다. 김두관 의원은 “다수가 숨죽여 침묵할 때 일본 제국주의의 성노예 범죄를 세계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적 성과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 본인도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으로서 겪어야 할 숙명이라고 했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윤 의원 기자회견 이후 의혹들이 어느 정도 소명됐고, 명백한 위법사실은 없으며, 정의연이 회계 처리에 다소 미숙했던 점이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검찰의 기소로 윤 의원 혐의가 드러난 지금 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여전히 친일 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윤 의원도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