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불안, 되도 “살았다” 뿐… 고용절벽에 멍드는 청년들

입력 2020-09-15 00: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9개월간 이어지면서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졸업과 취업, 이직 등 올해 초부터 세웠던 계획들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엉켜버린 탓이다.

구직을 아예 단념한 청년도 있고,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행복감보다 절벽 끝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다고 토로할 만큼 ‘코로나 블루’는 유독 청년들에게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채용연계형 수습사원으로 한 회사에 취업했던 이모(27)씨는 지난 7월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한 이후 구직을 단념하고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준비하고 있다. 사측에선 지난 4월 전환 대신 수습기간 3개월을 연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씨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결국 구직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약사로 진로를 변경했다. 이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직활동을 하건 PEET를 준비하건 미래가 불안한 건 어차피 마찬가지”라며 “시험에 붙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 약사가 되기까진 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에선 자격증 없이는 안전하게 살아가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서울살이를 접고 경기도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에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한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다. 무역회사 취업을 준비하던 이모(26)씨는 “목표로 했던 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면서 특별한 계획 없이 쉬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취업은 반포기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 945점을 취득하고 무역 관련 자격증도 땄지만 채용이 없으니 어렵게 쌓은 스펙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씁쓸해했다.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의 잇단 영업중단에 취업 스터디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씨는 “꾸준히 진행해 왔던 취업 스터디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기약 없이 중단됐다”며 “답답하지만 당장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졸업을 계획했던 대학생들도 선뜻 졸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는 정모(24)씨는 “1학기 기숙사 입사가 코로나19로 취소돼 친구 자취방에서 사이버 강의를 듣다가 휴학을 결정해 졸업이 예정보다 늦어졌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가 유행한다는 예상도 있던데 취업문이 앞으로 계속 좁아질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행복감보다 안도감을 피력했다. 상반기에만 30여곳의 기업에 공채서류를 넣었던 김모(33)씨는 “취업 여건이 너무 악화되는 걸 직접 겪다보니 취업했다는 기쁨보다 ‘내가 구제받았다,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감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올해 취업한 이들은 같은 생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