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를 범죄자 취급… 민주당 섣부른 음모론 제기하다 역풍

입력 2020-09-14 04:03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섣부른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연일 과잉 대응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의혹을 제기한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 취급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사과했다. 국회의원이 공익 제보를 위축시킨 부적절한 행위일뿐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야당 시절부터 강조해온 ‘공익신고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황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서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익신고자 현모씨에 대해 “당직 사병 현 병장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이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황 의원은 “국정농간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현씨의 실명과 방송 인터뷰에 나온 얼굴도 함께 공개했다. 황 의원이 글을 올린 직후 일부 친문재인 지지자들은 현씨의 페이스북 링크를 공개하고 신상털기를 하며 일방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규정을 담고 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은 물론 사이버 명예훼손 등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황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은 여권의 공익신고자 보호 흐름에 명백히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반부패방지시스템 강화의 일환으로 공익신고자 보호를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공익신고자 범위 확대, 신고자 보호 전담조직 강화 등이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그런데도 황 의원이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몰고 증거도 없이 배후세력을 운운한 것은 정쟁에만 매몰된 소영웅심이란 비판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당 의원이 공익신고자에 대해 음모론적 시각으로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경파 지지층의 입장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 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황 의원은 ‘단독범’이란 표현을 ‘단순제보’로, ‘공범 세력’을 ‘정치공작 세력’으로 수정했다. 이어 오후 늦게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현 병장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특혜성 주장을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하니 뭔가 의도된 세력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정쟁화를 목적으로 의도된 배후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음모론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이 증폭된 배경엔 이를 이슈화해서 검찰개혁의 힘을 빼고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많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12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추 장관 아들 관련 공세를 퍼붓는 야권을 향해 “검찰개혁과 개혁안 등 얘기는 별로 안나오고 자녀들 문제를 다루는 것 보니까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라며 날을 세웠다.

추 장관 아들 엄호를 위해 카투사 부대를 폄훼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방송인 김어준은 최근 “(카투사는) 직장이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안 따진다”고 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카투사는 편한 군대”라고 했다가 예비역 카투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강준구 백상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