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탈레반 평화협상… 19년 피의 내전 끝낼까

입력 2020-09-14 04:07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간 평화협상 개회식.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반군 사이 평화협상이 12일(현지시간) 제3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시작됐다. 아프간 정부와 반군 측이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년 지속된 내전을 종식시키고 권력분점형 공동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BBC방송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 대표단, 탈레반, 미국 정부 관계자, 카타르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협상 개회식이 열렸다.

2001년 아프간 내전 발발 이래 양측이 평화협상 목적으로 만난 것은 19년 만에 처음이다. 2015년 7월 파키스탄에서 한 차례 공식회담을 갖기는 했지만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죽음 등 악재가 겹치며 곧바로 동력을 상실했다.

정부 측 대표인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의 압둘라 압둘라 의장은 개회사에서 “모든 아프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도주의적 휴전과 평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면서 우선순위가 내전 종식이라는 점을 밝혔다.

아프간 내전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아프간 전쟁이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평화가 절실하다. 미군 2300여명이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양측 모두 이번 협상을 평화 정착의 기회로 여기고 반드시 붙잡아 달라”며 “아프간의 미래 세대를 위해 이 자리에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프간은 2001년 이후 사실상 19년째 내전 상태다.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르자 같은 해 미국은 아프간을 침공해 알카에다의 은거를 도운 탈레반 정권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후 게릴라전을 펼치며 세력을 회복해 현재는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미국이 아프간에 세운 서구 민주주의 기반 공화국 체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아프간을 이슬람 율법에 충실한 ‘종교 국가’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탈레반 측 대표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협상 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은 모든 부족과 민족이 참여하는 이슬람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정부의 권력 분할 형태, 여성 인권 문제, 탈레반 조직원의 정부군 편입 등 여러 이슈에서 양측에 간극이 있다”며 협상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