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작은 위로’라고 설명한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정청은 13일 회의를 갖고 통신비 지급안을 고수했지만, 야당에서는 ‘통신사 배불리기’라며 반대 목소리가 강경하다. 14일부터 본격화되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고위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통신비 지급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정청 회의에서 통신비에 대해서는 별 논의가 없었다”며 “통신비 지급 기조는 유지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고위 당정청에서 통신비 관련해서는 얘기가 나온게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열린 여당 지도부 간담회에서도 통신비에 대한 재론은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부가 국회에 4차 추경안을 제출한 만큼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이미 추경안을 냈기 때문에 수정하더라도 국회에서 수정할 수 있다”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당에서 의견을 모으면 거기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추경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됐다. 여당은 18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통신비는 2차 재난지원금이 맞춤형 선별 지원으로 정리된 뒤 보편적 지급 성격을 가미하기 위해 추가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적은 액수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9300억원의 재원이 배정된 통신비 지급을 바로잡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신비 지원금 1조원이면 비대면 수업으로 질 낮은 교육을 받는 국내 모든 대학생 199만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장학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만원은 결국 대기업 통신사 계좌로 쏴주는 것이다. 1조원이 손에 잡히기도 전에 기체같이 증발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2만원짜리 평등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간 통신비 2만원 지원 계획은 황당하기조차 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말한 바 있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통과되든 안 되든, 정부에 대한 반감과 냉소만 키우고, 후세 사람들은 두고두고 조롱할 것”이라고 했다.
열쇠는 여당이 쥐고 있다. 전 국민 통신비 지급은 애초 여당이 강력하게 주장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신비 지급은 당에서 고집한 것이다. 당에서 건의한 것을 문 대통령이 받은 것”이라며 “야당이 안 하겠다고 하고 여론도 나쁘다. 정부 손은 떠났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밝힌 통신비 지급을 불과 며칠 만에 원점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통신비 지원을 이유로 4차 추경 자체를 미루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여당에서 신속한 추경 통과를 위해 야당이 반발하는 통신비 문제에 대해 융통성을 갖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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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박재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