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장님들 “코로나 아니라 가게 망해 죽겠다”

입력 2020-09-14 00:05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주 동안 2단계로 조정하기로 결정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의 먹자골목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수도권 방역이 강화되면서 영업제한 등으로 인해 폐업 위기에까지 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13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내놓으며 숨통이 다소 트였지만 방역이 느슨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악화로 운영난을 겪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날벼락을 맞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33)씨는 “16석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라 가뜩이나 매출이 반토막났는데, 아예 폐업하고 당분간 쉬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며 “이미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어 당장 다음달 임대료를 어떻게 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모(47)씨도 이날 직원들과 함께 TV 앞에 모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여부 발표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박씨는 “월세는 꼬박꼬박 나가는데 회원들에게는 환불이나 연장을 해주느라 가게 운영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10명 정도씩 예약제로 수업을 운영하거나 차라리 안양천에 나가서 야외 수업을 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이것도 접촉이 있거나 감염되면 헬스장 문을 아예 닫지 않겠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가게가 망해서 죽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생활고로 신변을 비관했다는 뉴스가 남 얘기 같지 않다” “동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도 최근 폐업했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는 분위기다.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0·여)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 2주 동안 테이크아웃 주문을 병행한다고 해도 기존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며 “한숨 돌렸으니 일단 추이를 보고 어떻게든 버텨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거리두기 완화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더 강한 방역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모(40·여)씨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경계심이 느슨해졌다가 다시 퍼질까 우려되기도 한다”며 “모든 사람이 동참해서 빨리 코로나19 확산을 완전히 잡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