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그려낼 미래는 기존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다. 어떤 신산업이 대세가 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다만 ‘융복합’을 토대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역사가 가장 긴 산업인 농업도 이 물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회가 될까 독(毒)이 될까. 지난 10일 전북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만난 허태웅(사진) 청장은 “기회가 왔다”고 단언했다.
15일이면 취임 한 달을 맞는 허 청장은 30년 이상 농정을 다루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가 봐왔던 농업은 “기상·토양 과학과 재배 기술, 경영과 유통이 다 연결돼 있는 산업”이라며 “융복합 결과물이 가장 빨리 나오는 산업이 농업일 것”이라고 규정했다.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한 수단으로는 우선 청년농 육성을 꼽았다. 일례로 식품산업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청년들의 돌파구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 청장은 “인삼을 제외하면 건강기능식품의 상당수를 수입산이 차지한다. 이를 대체할 특용작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농업과 달리 특용작물은 2억~3억원 정도 자금만으로 창업이 가능해 청년창업이 유리하다. 농진청 차원에서도 기술 지원 등의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 분야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인 스마트팜의 진화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역별로 판이하게 달라진 기후와 태풍 등 자연재해를 고려한 스마트팜 기술이 현장에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허 청장은 “현재는 작물의 재배 방식과 관리 방안이 전국 단위 빅데이터로 돼 있는데 이를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농진청이 보유한 기후·재해 대응 기술을 지역 단위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결과물은 농산업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이미 한국산 스마트팜이나 쌀 재배 기술이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 쌀 재배에 성공한 경험도 크다. 허 청장은 “한국의 스마트 농업이 전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