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발레단이 활동을 쉬는 상태여서 올해 승급은 건너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수석무용수 승급 발표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어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AB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안주원(27)을 포함해 단원 6명의 수석무용수 승급을 발표했다. 발레리나 서희가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ABT에서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안주원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한국에 돌아와 있던 안주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목요일 ABT 구성원들이 모이는 화상회의에서 갑자기 승급이 발표됐다”면서 “수석무용수로서 부담감도 들지만 앞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을 때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1939년 미국 뉴욕에서 창단된 ABT는 세계적인 발레단 가운데 하나다. 안주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시절인 2013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후 ABT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2014년 군무로 들어간 그는 5년 만인 지난해 9월 솔리스트로 승급했고 1년 만인 올해 수석무용수로 올라섰다. 그는 “근래 세계에서 한국 무용수들의 두드러진 활약에는 한국의 발레 교육시스템의 역할도 크다”면서 자신을 성장시킨 한국의 스승과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입단 이후 6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되기까지 무던한 성격 덕분에 고된 훈련, 언어 장벽, 외로움을 이겨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발레 후배들에게 고난과 시련은 반드시 자양분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ABT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4월 올해 봄 시즌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5개월이 흘렀지만 발레단이 언제 활동을 재개할지 알 수 없다. 개인 연습만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최근 뉴욕의 코로나 상황이 많이 호전됐는데, 내년 1월 정도에는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BT를 포함해 전 세계 예술단체가 하루빨리 활동을 재개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