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공식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직개편, 자회사 분리 매각 등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HDC현산과의 계약금 소송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었던 2010년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국민 세금이 부실기업을 살리는 데 사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은,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 중인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지분율 37%)로 오른 후 경영정상화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노선 조정, 원가절감, 조직개편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항공사의 몸집은 줄이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재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받으면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도 지난 11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임직원 순환휴직, 유급휴직 등 자구노력을 통해 다음 달 말까지 1800억원의 인건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기안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인력 부분은 급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희망퇴직 등 소규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먼저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 검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와 IT계열사인 아시아나IDT, 예약·발권업체인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등 총 6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기안기금 지급 대상 기업은 원칙상 계열사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자회사 직원들은 향후 회사 행방을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HDC현산이 제기할 2500억원 규모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 소송도 준비해야 한다. HDC현산은 그간 아시아나항공 측이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인수 무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논리를 토대로 계약금 중 일부라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조만간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에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포기한 한화가 2018년 법원에서 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돌려받은 사례는 HDC현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당시 법원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방해로 제대로 실사하지 못했다’는 한화의 논리를 일부 인정했다. 반면 동국제강이 쌍용건설과의 M&A를 포기한 후 2011년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건은 아시아나항공 측의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시 법원은 ‘4개월이라는 충분한 자료 검토 시간이 있었고 이행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다’며 쌍용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