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확진자 수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방역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오히려 고령층 감염이 늘면서 중증, 위중 환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처럼 장기 입원하거나 인공호흡기 등을 오래 사용하게 될 경우 병원 내 2차 감염, 중복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중복 감염(Co-infection)은 폐렴을 일으켜 중증도와 사망 위험을 더욱 높인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초창기 중국 우한내 2개 병원에서 191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15%(28명), 사망 환자의 약 50%(사망자 54명 중 27명)에서 2차 감염이 확인됐다.
가장 흔한 2차 감염은 세균(박테리아)감염이다. 하지만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 같은 ‘곰팡이균(진균)’에 의한 2차 감염의 위험성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같은 미생물군에 해당되지만 세균(원핵생물)과 진균(진핵생물)은 구조상 서로 다르다. 진균 감염증은 아스페르길루스증 외에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칸디다증 등이 있다.
14일 방역당국의 대응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의 합병증으로 세균(황색포도상구균 등), 아스페르길루스 감염 등이 언급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환자에서 2차 세균 또는 진균 감염 사례 및 연구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반면 해외에선 세균 뿐 아니라 진균 감염 사례도 다수 보고돼 있다. 프랑스의 한 관찰연구에 따르면 기계적 인공호흡을 하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33%(27명 중 9명)에서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 감염이 의심되는 정황을 보였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최근 항암 치료나 장기이식, 에이즈 환자의 증가로 국내에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주로 포자가 포함된 공기를 흡입한 후 폐렴이나 폐농양 등으로 많이 발병하나 혈액을 통해 간, 비장, 위장관을 침범하고 드물게 뇌를 공격하거나 뇌혈관 폐색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발열이나 오한과 함께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폐나 대뇌, 부비동(콧속 기관) 감염시 사망률은 각각 99%, 86%, 66%에 달한다.
세균성 폐렴 치료는 항생제가 주효하다. 진균 감염증 치료에는 별도의 항진균제가 필요하다. 지난 3월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경평) 면제 대상 약제 개정안’을 통해 항생제 신약의 접근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에서 경평 특례(평가 자료 생략 가능) 대상으로 국가필수의약품 중 결핵 치료제, 항생제, 응급 해독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의 ‘항생제’ 지칭과 관련 일각에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의학계에선 항균제(세균 치료)와 항진균제(곰팡이 치료), 항바이러스제를 포괄하는 ‘항미생물제제’라는 용어가 쓰인다. 그런데 ‘항생제’로만 명시돼 있으면 항진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달 중 고시될 최종 개정안에는 항미생물제제 등 의료현장에 필요한 범위를 전반적으로 커버할 수 있도록 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