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요금 인하로 불똥 튈라”… 통신비 지원에 속끓는 이통사

입력 2020-09-14 04:07
사진=연합뉴스

“우리한테 좋을 것도 없는데 괜히 불똥 튈까 걱정이다.”

13세 이상 국민에게 월 2만원의 통신비를 일괄 지원하는 정부안에 대한 통신사들의 속내다. A이통사 관계자는 13일 “우리는 본래 받아야 할 통신비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이 지원을 계기로 통신사가 큰 혜택을 보는 것처럼 비판하면서 통신비 인하 목소리를 높이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 9일 “인터넷 사용료로 매달 60여만원을 내야 하는 PC방을 비롯해 자영업자들은 CC(폐쇄회로)TV, 전화료 등으로 통신사에 돈을 많이 납부하고 있지만 통신비 혜택을 받은 적은 없다”며 “통신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여론이 정부 정책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신비 인하 요구로 번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일괄적으로 기본료 1000원을 내렸지만 체감 효과가 적어 비판만 받았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통신사 CEO들을 만나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본료 인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 LG유플러스 순으로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다. 통신3사 입장에서는 당시 매월 600억원씩, 연간 7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용자로서는 혜택을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 비판 여론만 컸었다.

통신비 지원이 이뤄지면 통신비를 평소보다 더 쓴다는 지적도 부담스럽다. B통신사 한 간부는 “대부분 이용자가 요금이 고정된 ‘정액요금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통신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통신사에 추가 수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통신사들은 오히려 이 정책으로 ‘가욋일’을 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C통신사 측은 “혜택받는 대상을 선별하고 통신비를 새로 부과하는 데 업무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표정 관리하는 것 아니겠느냐. 해당 요금이 확실히 보전되는 데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서비스 추가 사용 심리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