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월에만 송은이와 김숙의 ‘7도’, 엑소의 세훈과 찬열이 부른 ‘10억 뷰’, 박광선의 ‘댄스 투게더’, 여성 듀오 킴보의 ‘99’ 등 디스코 스타일의 노래가 여럿 나왔다. 지난달 출시돼 음원차트를 석권한 박진영과 선미의 ‘웬 위 디스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역시 디스코풍이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라 디스코 리듬을 많은 이에게 전파했다. 주류에서 물러난 듯했던 디스코가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디스코 리바이벌 움직임은 팝 시장에서 개시됐다. 두아 리파의 ‘돈트 스타트 나우’가 지난해 말 각국 차트 상위권에 들며 이 흐름의 선두에 섰다. 뒤이어 도자 캣의 ‘세이 소’,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듀엣 ‘레인 온 미’ 같이 디스코의 영향을 받은 곡들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디스코가 점차 원기를 회복했다. 최근에도 카일리 미노그 ‘세이 섬싱’, 토니 브랙스턴 ‘댄스’, 마일리 사이러스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 디스코 인자를 주입한 노래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출하량이 디스코 부흥에 힘을 싣고 있다.
1970년대 초반 탄생한 디스코는 80년대 들어 빠르게 쇠퇴했지만 70년대 대중음악의 일인자였다. 디스코 곡들이 차트 상위권을 꿰차는 일은 예사였다. 존 트라볼타가 주연한 1977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면서 디스코는 더 큰 인기를 누렸다. 롤링 스톤즈 ‘미스 유’, 로드 스튜어트 ‘다 야 싱크 아임 섹시?’, 키스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러빙 유’,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라스트 트레인 투 런던’ 등 록 뮤지션들도 줄지어 디스코 노래를 발표할 정도였다. 70년대는 온 세상이 디스코로 대동단결한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디스코의 활황을 이끈 으뜸 요인은 단연 경쾌함이다.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많은 나라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패배와 그로 인한 뒤숭숭한 기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심신이 고단한 이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음악을 찾아 들을 리 만무하다. 구성이 단순하고 반주가 가벼운 디스코는 이 시절 대중에게 근심을 날리는 묘약으로 작용했다. 디스코는 장르 고유의 춤까지 동반해 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현재 디스코가 새롭게 움트고 인기를 더해가는 배경도 그때와 유사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지구촌이 피폐해졌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상생활이 멈췄고, 경제활동마저 여의치 못한 상황이 됐다. 감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뿐한 음악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 대중음악계에서 지속되는 복고 경향과 맞물리면서 그 역할을 이제는 디스코가 맡았다. 의상과 무대, 음반 표지 등을 화려한 색으로 꾸미는 디스코 특유의 문화도 산뜻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일련의 이유로 디스코는 앞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