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지휘관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이 서씨의 군생활 편의를 위한 각종 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을 공개하면서, 서씨 의혹을 규명 중인 검찰의 수사 범위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수사가 서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에 집중돼 있었지만 자대 배치와 통역병 선발을 둘러싸고도 상세한 증언이 제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령의 공개 증언이 나온 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구성원 전체에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 신뢰도 뒤따를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서씨의 군무 이탈 논란과 별개로 자대 배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의 청탁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따져 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큰 점을 고려해 범죄 혐의와 곧장 연결되는 부분이 아니더라도 일단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확인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 전 대령이 이날 ‘참모들의 보고’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 등 구체적인 경험을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참모 다수가 ‘모처’의 청탁전화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검찰 역시 세밀한 과거 복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서씨의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의 청탁 의혹은 이미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뤄진 사안이기도 하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령부터 시작해 당시 관련 보고를 했다는 참모들을 상대로 누가 어떤 경위로 무슨 청탁을 넣었는지 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의혹을 푸는 수사의 강도는 일반적인 수사보다 높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수사팀 역시 신속하고 엄정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대검에 수사인력 파견을 요청해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자료의 확보 역시 빨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청탁 당사자로 지목된 추 장관 측 인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도 거론된다. 수사팀은 객관적 자료 확보 측면에서 어느 정도 실기(失期)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휴가 연장을 위해 군 민원실 콜센터와 통화한 녹음파일은 지난 6월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고발이 이뤄진 것은 1월인데, 군 관련 자료의 압수수색이 늦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 수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추 장관도 아들 수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아 왔고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 구성원들에게 개혁 완수를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개혁으로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하고, 검·경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인권옹호관과 공소관의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 신뢰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정현수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