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아들 부대단장 “용산 배치·통역병 선발 청탁 다수 보고 받았다”

입력 2020-09-12 04:00 수정 2020-09-12 08:11
지난 10일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권현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카투사로 복무하던 시기에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을 지낸 이철원 전 대령이 용산 부대 배치, 통역병 선발 등 서씨에 관한 청탁이 들어온 사실을 여러 차례 보고받았었다고 11일 밝혔다. 서씨가 용산에서 근무하게 되는지 묻는 문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뽑아 달라는 전화를 자신의 참모들이 다수 접했다는 증언이다. 그간 서씨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악의적이고 황당한 주장’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전 대령은 국민일보에 입장문을 보내 서씨를 위한 여러 청탁이 있었던 정황을 공개했다. 자신의 참모들이 “모처에서 서군(서씨)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 된다’고 답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에 대해 설명해줬다”는 식으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서씨가 부대 배치에 앞서 의정부의 미군 신병교육대에서 교육받던 무렵이었다. 이에 이 전 대령은 “청탁에 일절 휘말리지 말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참모들에게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은 이 전 대령은 서씨의 미군 신병교육 수료식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청탁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수료식에 서군 가족들도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청탁이 있었다는 참모 보고를 의식해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서씨 측에 따로 전한 말은 아니었지만 결국 서씨가 당부의 배경이었던 셈이다. 서씨는 난수추첨 방식인 자대 배치 시스템에 따라 의정부에 있는 부대로 배치됐다.

이 전 대령은 국방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을 선발할 무렵에도 참모들로부터 “서씨와 관련해 여러 번 청탁 전화가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도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고 참모들에게 말했고, 지역대별 추첨으로 통역병을 선발토록 지시했다. 서씨도 통역병에 지원했는데, 이 전 대령이 2사단 지역대에서 직접 제비뽑기로 선발한 결과 뽑히지 못했다.

그간 이 전 대령의 증언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전해지자 여권에서는 이 전 대령과 신 의원이 가까운 관계라며 신빙성을 의심하는 기류가 있었다. 이 전 대령은 입장문에서 “신 의원과 저는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3개월 같이 근무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34년간의 군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백명 중 한 명이며 이번 일로 통화한 것은 9년 만이었다고 한다.

서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에서 시작된 논란은 그의 부대 배치, 통역병 선발을 둘러싼 병영생활 전반에서의 광범위한 청탁 의혹으로 커진 상태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서씨를 통역병으로 뽑히게 해 달라고 민원했고, 군 장성이 그 보좌관에게 주의를 준 정황도 공개됐다(국민일보 9월 11일자 1면 보도). 이 전 대령은 “이번 사건이 더 이상 정파싸움이 되지 말고, 군의 청탁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서씨 측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탁을 받았다면 어디서 누구에게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