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하반기에도 주택 시장에 돈 몰릴 가능성”

입력 2020-09-11 04:07

올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에 돈이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여파로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주택자금 수요와 관련,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 올 하반기 분양 및 입주 물량 확대 등이 자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주장과 다소 온도차가 있는 전망이다.

실제 한은 조사결과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11조7000억원 늘면서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을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잔액 695조9000억원)은 한 달 사이 6조1000억원 오르며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대출 증가 폭도 7월 2조7000억원에서 8월 3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한편 한은은 민간 소비 분야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언제 잦아들지 모르는 코로나19 탓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줄고, 고용 소득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이는 곧 소비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이 임금수준이 낮은 서비스업과 임시일용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여건 개선이 늦어질 경우 경제 전체에 걸쳐 소비 부진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수출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시중 단기 자금의 자산시장 쏠림 현상도 지적했다.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 탓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한 돈은 이미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급격하게 쏠린 상태다. 한은은 “향후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에 대거 흘러 들러가는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방침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고, 국내 경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