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지원금, ‘취약 계층 두텁게’에서 ’전국민 얄팍하게’로

입력 2020-09-11 00:05

정부가 10월부터 총 7조8000억원 상당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전 국민이 대상인 1차와 달리 소상공인, 실직자 등에게 지원을 집중한다. 빠듯한 재원을 고려해 더 어려운 계층에 돈을 두텁게 몰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 국민에게 2만원씩 주는 통신비 지원이 ‘여론 달래기용’으로 추가되고, 대상자 선별도 진통이 예상되는 등 부실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보편과 선별 지원 사이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이 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정부는 긴급 대책으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2차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중소기업(3조8000억원), 고용 취약계층(1조4000억원), 저소득층(4000억원), 아동 돌봄가구 및 일반인(2조2000억원) 등에게 최대 200만원을 지급한다. 돈이 부족한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어려운 계층에 몰아주는 선별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 중 매출이 감소한 243만명은 100만원을 받는다. 집합금지 업종과 집합제한 업종은 매출 감소 여부와 무관하게 150만~200만원씩 지원한다. 소득이 감소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70만명은 50만~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취지와 무관한 지원금도 있다. 정부는 만 13세 이상 전 국민(4640만명)의 통신비를 2만원씩 지원한다. 사실상 1차 재난지원금과 동일한 전 국민 보편 지급이다. 선별 지원을 결정한 당청이 여론을 의식해 취지와 동떨어진 정책을 끼워넣은 것이다. 필요한 재원은 9000억원으로 전체 2차 재난지원금(7조8000억원)의 11%에 달한다. 또 고용 취약계층 지원 규모(1조원)와 비슷하다. 통신비 지원이 없었다면 실직자, 소상공인 등이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미취학~초등학교 아동 532만명에게 1인당 20만원씩 주는 ‘돌봄 비용’ 지원 역시 ‘취약계층, 두텁게’라는 취지에 맞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종의 아동수당인데 대상을 초등생까지 불쑥 늘린 것이 포퓰리즘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여러 정책이 섞이면서 선별 지급도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다. 일반업종 소상공인 지원의 경우 정부는 부가세 신고매출액 등을 이용해 별도 서류 제출 없이 대상자를 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추석 전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매출 4억원을 기준으로 설정한 근거도 미흡하다는 주장이 있다. PC방, 커피전문점, 단란주점 등과 동일하게 영업중단 피해가 있는데 대상에서 배제된 유흥주점 등의 불만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빚을 더 늘려서라도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해야 했다”며 “정부가 표 관리 때문에 통신비 지원을 넣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