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길어진 ‘집콕’에 홈퍼니싱 다시 뜬다

입력 2020-09-13 20:15
끝 모르고 길어지는 ‘집콕’에 사람들의 눈이 다시 홈퍼니싱으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외출이 더 제한되고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관련 소비가 늘고 있다. 홈오피스를 만들기 위한 ‘데꾸’(데스크 꾸미기)부터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명품으로 구매하는 등 그 양상이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나 소품 등 인테리어 카테고리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1~8월) 가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7% 성장했고, SSG닷컴에선 최근 3개월간 홈퍼니싱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늘었다. 가구업계도 지난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9%, 16.8% 증가했고, 이케아코리아의 2020년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32.6%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1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집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고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폴리폼’을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 제공
갤러리아백화점은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의 프리미엄 조명 상품들을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백화점들은 앞다퉈 명품 가구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에 가구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폴트로나프라우’를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달 무역센터점에 럭셔리 가구 브랜드 ‘폴리폼’을 단독 오픈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압구정동 명품관에서 프리미엄 조명 편집숍인 ‘라잇나우’를 통해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등 프리미엄 조명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들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단독 론칭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특히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해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늘려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자들을 위해 텐바이텐에서 진행 중인 ‘데꾸테리어’ 기획전. 텐바이텐 제공

재택근무 직장인이 늘면서 나만의 홈오피스 구성을 위해 데꾸를 시도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텐바이텐에서는 재택근무 시 사용하는 사무용품과 PC·노트북 주변기기의 매출이 8월 1·2주 대비 3·4주에 각각 34%, 718%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모니터 매출이 35.8%, 태블릿PC가 47.8% 늘었다. 이에 이마트는 이달 초 가성비 높은 자체브랜드(PB) TV, 모니터를 추가로 출시했다. 텐바이텐은 재택근무자들이 책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아이템을 모아 제안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홈퍼니싱 열풍엔 이커머스도 빠지지 않았다. SSG닷컴은 지난 1일 300여개 홈 인테리어 전문 업체가 취급하는 16만종의 상품을 한 곳에 모은 ‘인테리어 시공’ 공식스토어를 열었다. 점차 늘어나는 셀프 인테리어족을 위한 놀이터 격이다. 롯데온은 지난 1일과 3일 가구 브랜드와 협업해 ‘가구 라방(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롯데온은 지난 3일 매트릭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와 협업해 ‘가구 라방’을 진행했다. 롯데온 제공

이 방송을 통해 총 2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온 관계자는 “최근 가구 상품군 소비도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에 맞춰 가구 라방을 기획했다”며 “당일 목표 매출 대비 2~8배 수준을 달성하며 집콕족들의 홈 인테리어에 대한 인기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집에서 즐기는 문화가 확산·정착된 만큼 리빙·인테리어 시장의 인기도 지속될 것이라 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커지기 시작했던 집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를 계기로 가속화됐다”며 “앞으로도 리빙·인테리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