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기후위기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유례없이 긴 54일간의 장마 후 강력한 태풍이 3차례 이어지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도 겹쳐 기후위기와 보건위기가 동시에 찾아온 형국이다.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등 신종 전염병은 기후위기와 어떤 관계가 있고, 기후위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환경의학 전문가로 환경운동을 펼치는 임종한(59)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에게 해법을 물었다. 연세대 의대 졸업 후 ‘예수 닮은 의사’를 꿈꿔온 임 교수에게 그리스도인이 기후변화 예방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도 들었다.
-긴 장마와 3차례 태풍은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인가.
“그렇게 보인다. 대한민국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최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 우리나라 기온이 4.7도 상승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후변화가 생태계 교란과 신종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까.
“기후변화로 해안 지역이 해수면 상승과 태풍 피해에 노출된다면, 내륙 지역은 사막화와 가뭄 피해를 입는다. 이런 변화는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한다. 박쥐나 천산갑 등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류가 접촉하게 된 것도 이런 계기에 의해서다. 생태계 변화는 신종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 상황이 지속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201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코로나19다.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치명률과 전파력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 바이러스는 모두 코로나 계통이다. 바이러스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데 주목한다.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글로벌 유행병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기후위기가 보건위기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생태계 위협 요인에 대한 대처가 매우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는 지구 생태계의 위협이 된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 세계 10대 국가다. 석탄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도 132.7㎏으로 세계 1위다. 우선 에너지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래된 때는 콜레라가 돌던 시기다. 콜레라는 호열자, ‘호랑이에 물어뜯기는 고통을 주는 병’으로 불리며 백성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 선교사들은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콜레라 환자를 직접 돌봤다. ‘손을 잘 씻고, 물을 끓여 먹읍시다’란 한글 자료도 배포해 예방에 힘썼다. 이때 많은 사람이 하나님 은혜를 경험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도 이웃의 고난을 직시하고 (기후위기 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솔선해야 한다.”
-기후위기 예방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실천할 게 있다면.
“하나님이 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열심을 내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환경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인 만큼 우리 삶이 창조질서에 맞는지 더 철저히 물어야 한다. 에너지를 덜 쓰고, 사람들과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생활양식을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이 되자.”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