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결’로 관심을 모은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2000달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8위 세레나 윌리엄스(39·미국)가 스베타나 피롱코바(33·불가리아)에 역전승을 거뒀다.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여자 테니스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운다.
윌리엄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5회전(8강)에서 피롱코바에 2대 1(4-6 6-3 6-2)로 역전승했다.
이날 경기는 ‘엄마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윌리엄스는 2017년 9월 딸 올림피아를 출산한 뒤 2018년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피롱코바도 2018년 4월 아들 알렉산더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느라 2017년 윔블던 이후 3년 간 출전 기록도, 랭킹도 없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직전 두 선수가 코트로 들어올 때 피롱코바를 ‘알렉산더의 엄마’, 윌리엄스를 ‘올림피아의 엄마’로 소개함으로써 이번 경기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4강 진출의 기쁨을 누린 건 ‘올림피아의 엄마’였다. 윌리엄스는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강력한 파워로 피롱코바를 몰아 붙였다. 공백기가 길었던 피롱코바는 마지막 3세트 첫 게임 4번째 듀스 상황에서 15번의 랠리 끝에 게임포인트를 내주고 코트에 드러누웠을 정도로 실전 감각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윌리엄스는 이날 승리로 US오픈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윌리엄스는 2018년 복귀 후 메이저 결승에 4회(US오픈 2회) 올라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도 11회 연속으로 이 대회 4강에 오르는 저력을 선보이며 2014년 이후 6년 만의 US오픈 우승, 2017년 호주오픈 이후 4년 만의 메이저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윌리엄스가 우승하면 메이저 여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에서 호주의 마거릿 코트(은퇴·24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메이저대회를 통해 3년 만에 복귀해 8강 진출의 성적을 낸 ‘알렉산더의 엄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피롱코바의 활약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도 못했을 것”이라며 “아이 낳는 걸 해냈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나와 피롱코바는 엄마라는 존재가 강하단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치른 뒤 우린 집에선 기저귀를 간다. 정말 초현실적인 이중생활이다”며 ‘워킹맘’의 비애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 2세트 도중에는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쉬는 사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흘러나왔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한국 가수 사상 최초로 2주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워진 BTS의 현지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16년 만에 ‘빅3(조코비치-나달-페더러)’가 한 명도 없이 치러진 남자 단식 8강에선 도미니크 팀(27·3위·오스트리아)과 다닐 메드베데프(24·5위·러시아)가 각각 알렉스 드 미노(21·28위·호주)와 안드레이 루블레프(23·14위·러시아)를 3대 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메이저 준우승 경력자인 팀과 메드베데프는 큰 대회 성적이 미천한 드 미노와 루블레프를 경험에서 압도하며 중요한 순간 포인트를 따내 승자가 됐다.
12일 치러지는 남자 단식 준결승에선 팀이 메드베데프와 맞붙는다. 전날 준결승행을 확정했던 알렉산더 츠베레프(23·7위·독일)도 같은 날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29·28위·스페인)를 상대한다. 윌리엄스는 11일 빅토리야 아자란카(27위·벨라루스)와 여자 단식 준결승 경기를 치른다. 아자란카도 2016년 12월 출산한 ‘엄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