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자신밖에 몰랐던 이기적 삶… 복음으로 공동체 섬겨

입력 2020-09-14 00:08

다락방에 화장실도 없는 집에 사는 가난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아버지였다. 번번이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집안은 엉망인데 친척 일에는 모든 것을 바쳐 카드빚만 늘어났다. 그런데도 짜증만 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가족은 안중에 없고 ‘친구’라면 자다가도 달려가 있는 돈 다 쓰고 결석과 가출을 일삼으며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동생도 정말 지겨웠다. 어머니 또한 집안 살림은 팽개치고 매일 저녁 직장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지옥 같은 집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었다. 집을 떠나 춘천교육대학교에 입학하며 한마음교회 생활관에 들어가서 예배 참석, 새벽기도, 교회봉사 등 내 할 일은 성실히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공동체생활은 자기중심적인 내겐 정말 힘들었다. 작은 일에도 수시로 기분 상하고 부딪히며 힘들게 학교를 마치고 교사 발령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집안 문제로 작은교회 일꾼과 상담했는데 ‘예수님 앞에 서보면 쉽게 답을 알게 될거야’라는 말이 내게 믿음이 없다는 말처럼 들려 화가 나 작은교회 예배에 나가지 않았다.

‘내게 잘해 주었는데 왜 그랬을까? 도대체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한심한 내 자신을 고민할 때 목사님께서 에베소서 3장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후사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예한 자가 됨이라’는 말씀을 선포하시며 공동체와 하나 되지 못한다면 다시 복음 앞에 고민해보라고 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굴복된 초대교회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 되어 자기 재물도 제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들으며 내 신앙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게 됐다.

간절한 마음으로 엎드리자 성령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제자들과 내 모습을 비춰주셨다. 3년을 쫒아다니며 예수님을 주와 그리스도라고 고백했지만 결국 죽음 앞에서 배신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확증하는 순간 즉시 굴복하고 목숨을 걸었던 모습이 보였다. ‘아!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가 이것이구나!’ 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혜주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시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베드로의 설교는 바로 내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벌레만도 못한 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아들의 생명을 주셨는데 나는 그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았음이 비춰지니 ‘어찌할꼬’의 통회가 나왔다. 하나님의 큰 사랑이 부어지며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그대로 굴복했다.

예수님을 영접하니 무엇보다 먼저 가족들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특히 아버지께 너무 죄송해 진심으로 사과드렸다. 너무 기뻐하시던 아버지는 결국 예수님을 주로 영접하셨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동생도 모든 방황을 끝내고 기쁘게 사명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전에는 나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인이 되시니 예수님의 몸된 교회 공동체를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내 자식 키우는 것밖에 모르고 살았을 인생인데 나의 자녀가 공동체의 자녀이며, 공동체의 자녀도 나의 자녀임을 깨달았을 때 하나님께서 유치부 교사로 불러주셨다. 예수님의 몸 된 교회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은혜를 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인 되신 교회 공동체를 통해 복음으로 세상을 살리는 놀라운 역사를 이루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교회 공동체에 내 생명과 인생을 드리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혜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