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성경보다 특별하지 않아… 동일한 하나님 말씀

입력 2020-09-14 00:09

어릴 적, 주일 저녁이 되면 부모님은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가셨다. 혼자 집에 남아 TV를 보면서 어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TV에서는 ‘전설의 고향’이 방송됐다. 너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주인공 여자는 무덤을 열고 죽은 자의 다리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시신이 벌떡 일어났다. “내 다리 내놔”하면서 시신이 주인공 여자를 뒤따라갔다. 결국, 부엌문을 잠그고 죽은 자의 다리를 솥단지 끓는 물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이 해결됐다. 죽은 자의 다리가 솥단지 안에서 산삼으로 변해 있었다.

숨죽이고 ‘전설의 고향’을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요한계시록을 ‘전설의 고향’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납량특집 공포영화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밤중에는 요한계시록을 읽을 수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요한계시록을 보는 것 자체가 금서(禁書)를 보는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나중에 요한계시록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됐다. 요한계시록은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한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요한계시록은 오히려 고난과 신앙의 위기 가운데 있는 신자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소망의 말씀이다. 즉 복음인 것이다.

요한계시록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의해야 할 것,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요한계시록을 다른 성경보다 특별하게 간주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요한복음을 매우 중요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요한복음이 마태·마가·누가복음보다 더 월등하거나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어떤 사람은 로마서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다. 로마서가 담고 있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진리의 가르침은 매우 소중하다. 그렇다고 로마서가 성경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도 바울이 기록한 13권의 편지글 중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요한계시록을 그 어떤 성경보다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런데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말세의 비밀이 요한계시록 안에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모두 방언으로 기록돼 있으므로, 방언은 반드시 통역해야 합니다. 방언을 통역하면 이 모든 비밀을 여러분이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게 시대를 나눴지만, 오늘날 구약과 신약 시대, 이렇게 두 시대로만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성경의 시대는 구약과 신약 그리고 계시록 시대인 것입니다.”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구약과 신약은 지나간 시대이고, 계시록 시대는 오늘과 미래에 다가올 시대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복음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계시록 시대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요한계시록 안에 감추어진 비밀을 밝히 아는 사람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고, 잘못된 이단 사상이다. 결코, 어떤 성경이 다른 성경보다 더 우월하거나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신 성경 66권은 시대, 분량, 저자와는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주원 목사
약력=대전대 경제학과 졸업, 침례신학대 목회학석사, 미국 미드웨스턴대 목회학박사. 침신대 강사 역임. 현 광주 주원침례교회 담임목사. 저서 ‘이단 대처를 위한 요한계시록으로 정면돌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