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막을 내렸다. 이달 4일 최대집 의협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및 보건복지부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집단행동이 중단됐다. 무기한 집단휴진 중이던 전공의, 전임의들도 8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업무 복귀를 시작했다.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며 의료계 내부에서는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의사단체들의 이번 집단휴진으로 정부가 추진코자 했던 보건의료정책들의 시기를 언제일지 모를 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로 미루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잃은 것은 많다. 우선 최대집 의협 집행부의 리더십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민주당과 합의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의사회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SNS에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것인지?”라는 글을 올렸고, 이날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해 “우리는 합의한 적이 없다. ‘철회’등이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최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역과 직역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의료계의 분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 의대생·전공의·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의 행동 동력도 사라졌다. 의협이 진행하던 전국의사총파업에서 개원가의 휴진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90% 가까운 인원이 의사 국시를 거부했고, 전공의들의 휴진 참여율도 80%를 웃돌았다. 최 회장의 합의로 인해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으로 복귀하게 됐고,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 기간을 놓쳐 1년이라는 공백을 갖게 됐다. 추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은 17일이 지난 9일까지 50만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고, 파업 관련 기사에는 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제작한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홍보물도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대변하는 홍보물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삭제되기도 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
‘전교1등’에 묻힌 그들 목소리
입력 2020-09-15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