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진 (18) 입당 두 달 남겨두고 교회 짓던 건설사 부도

입력 2020-09-14 00:06
거룩한빛광성교회 교인들이 2005년 9월 4일 입당예배 때 필사한 성경을 들고 새 예배당에 입장하고 있다.

2005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목사님, 큰일 났습니다.” 건축위원장이 반쯤 우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우리 교회를 짓던 건설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이었다. 입당을 고작 두 달 남겨둔 때였다. 알고 보니 이 건설사가 무려 18개의 교회를 동시에 지으면서 공사비를 돌려막다 사달이 난 것이었다.

“장로님, 일단 건축위원들을 모아주세요.” 당회실에 모인 건축위원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해법을 찾아야 했다. “저도 건축위원회에 들어가겠습니다. 함께 헤쳐 나갑시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에 건축위원회를 이끌었다. 그 결정을 하면서 몇 가지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20살 때 다니던 신장위교회가 건축을 할 때 건축현장 감독을 하면서 교회 건축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봤다. 광성기도원에 있던 7개월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진두지휘한 경험도 있었다. 이 경험이 위기 때 약이 됐다.

굵직한 공사는 모두 완료된 시점이었다. 교인 중 건축과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두 분을 선정했다. 이분들께 마지막 공사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챙겼다.

입당예배 날짜는 9월 4일로 정해져 있었다. 미룰 수 없었다. 모든 교인이 새 예배당 완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결국, 무사히 완공했다. 입당예배 때 교인들이 직접 쓴 필사 성경을 앞세우고 새 예배당에 들어왔다. 이날 설교는 김창인 목사님이 전하셨다. 감격스러운 예배였다. 교인들이 쓴 성경은 지금도 강대상 위에 있다.

교회 건축을 기적 속에서 마무리했다. 지금도 감사할 게 많다. 무엇보다 공사 중 다친 사람이 나 한 명뿐이라는 게 가장 감사하다. 나는 공사 중반, 현장을 돌아보다 파이프에 부딪혀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막고 기도했다. “주님, 제 피를 받으셨으니 다시는 공사현장에서 피 흘리는 일 없이 공사를 마치게 해 주소서.” 이 기도를 주님이 들어주셨다. 1만3223㎡(4000평) 부지에 건평 1만㎡가 넘는 큰 공사였다. 사고 위험이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교인들도 쉬지 않고 기도했다. 공사현장에 기도실을 먼저 세우고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릴레이 기도를 했다. 기도 위에 세워진 예배당은 복음의 용광로와도 같았다. 입당 후 한해에 4000명씩 새신자가 등록을 했다. 3년 만에 1만명이 늘었다. 교회 주변도 많이 변했다. 입당과 거의 동시에 교회 앞 비포장도로가 6차선 포장도로가 됐다. 교회 근처의 운정지구도 개발을 시작해 속속 아파트가 들어섰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