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야 코로나야? 가을 다가오며 인플루엔자도 걱정

입력 2020-09-10 04:02
의료진이 2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가을철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다가왔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반 유행할 경우 두 감염병을 구분하는 문제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감염병에 동시에 걸릴 수도 있어 고위험군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감기나 독감 환자가 늘어난다”며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더해지면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한 명의 환자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한꺼번에 감염될 수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두 개 바이러스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일부 있다”며 “다만 중복 감염됐을 때 좀 더 치명적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폐를 공격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고 중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코로나19 대응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있어 코로나19와 상황이 다르다. 환자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의료 시스템 자체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두 감염병을 구분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는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여름철에는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코로나19를 의심하고 선별진료소를 찾을 수 있지만 가을철에는 다르다. 환자가 감기인 줄 알고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최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둘 중 하나가 의심되면 코로나19 검사를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15분 내 결과가 나오는 신속 진단키트를 빨리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호흡기·발열 환자를 따로 받는 ‘호흡기전담 클리닉’을 준비해 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호흡기전담 클리닉으로 지정된 동네 의료기관을 통해 경증, 무증상, 중증 환자를 나누는 작업을 해줘야 코로나19 환자, 인플루엔자 환자가 뒤섞여 발생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이비인후과 내과 소아과 등 기존 1차 의료기관의 활용도를 먼저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교수는 “호흡기전담 클리닉의 가장 큰 단점은 접근성”이라며 “동네의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가을 인플루엔자 유행은 규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이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학교와 각종 집회, 종교시설 등에서의 유행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