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 사실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선별 지급 방침에 소외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위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일각에선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당초 목표가 여권 내 반발에 부닥치자 기조를 선회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들어가는 재원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9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통신비 지원을 비롯한 민생경제 대책을 논의했다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제안은 당이 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이 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액수가 많진 않아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4차 추경안에서 통신비를 지원해드리는 것이 다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다.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은 13세 이상 국민에게 월 2만원 통신비를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10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통신비 지급 대상은 전 국민의 약 50% 규모에서 17~34세 및 50세 이상(약 3300만명)으로, 다시 13세 이상 전 국민으로 논의 과정에서 확대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발을 비롯해 선별·보편 지급 논쟁이 확대되자 비교적 쉽게 수급 대상을 늘릴 수 있는 통신비가 절충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별 지급 기조에 보편적 지급 성격을 가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도 “비대면 활동 증가에 따른 통신료 부담은 전 국민의 부담으로 볼 수 있고, 그 맥락에서 통신비 일괄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통신비 지급 대상 확대에 따른 추경 액수 상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산이 다소 늘겠지만 애초 계획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추석 전 지급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추석에 국민들이 다 효과를 볼 수 있게 한다는 대원칙 하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급 대상은 넓어졌지만 지급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적인 효과보다 소외감을 받는 국민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한 사회통합 차원”이라며 “경제적 효과보다 위기 상황을 이겨내는 데 중요한 사회적 자본을 다지겠다는 차원에서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적절하지 않다. 이런 지원은 어려운 분들께 하는 것”이라며 “특정 용도에 한해 지원한다는 이런 방식은 재정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재정 지출에 비해 효과가 없다면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이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간담회에서는 ‘착한 임대료’에 대한 세제 혜택 연장 문제도 논의됐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하면 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연장 방안을 챙겨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착한 임대료 할인분에 대한 50% 세액공제 혜택을 종료했었다.
세액공제 연장 기간 및 규모에 대해 최 수석대변인은 “신속히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입법을 완료하고,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면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이가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