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흐린날의 고통’ 관절염… 석달 치료 후 수술여부 결정을

입력 2020-09-14 18:09
정동병원장 김창우 박사가 최근 들어 무릎관절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난다고 호소하는 한 중년 여성의 무릎관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정동병원 제공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레포츠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국민 병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병이 있다. 무릎 모양이 변형되고 휘어져 조금만 걸어도 통증을 느끼게 되는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전신 관절, 어느 곳이건 생길 수 있지만, 무릎관절에 가장 많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쓴 만큼 무릎 연골이 닳고, 그 바람에 마디뼈끼리 부딪치게 됨에 따라 통증을 느끼게 된다. 관절통이다. 처음에는 무릎이 시큰거리는 정도지만 점차 다리가 O자 모양으로 변해 펴거나 접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관절·척추질환 특화 정동병원 김창우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장·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퇴행성 무릎관절염 치료법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김 병원장은 198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1998까지 2년간 미국 뉴욕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 센터’ 정형외과에서 관절질환 전임의로 일하며 선진 관절질환 치료기술을 익혔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술한 척추 및 관절질환 수술건수가 수십만 건에 이른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 및 연골 재생술, 인대 재건술 등 관절 계통의 고난도 수술 경험이 많다. 현재 서울의대와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 맨손 호신술 단체인 대한삼보연맹 부회장 겸 의료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무릎관절의 퇴행을 앞당기는 위험요인은?

“첫 번째는 무리한 운동과 레저 활동이다. 등산이나 마라톤, 축구 등 무릎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 운동을 하여 무릎 관절을 보호해줘야 한다.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무리를 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운동 중 부상을 입었다면 반드시 바로 치료를 받아 외상이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지 않게 막아줘야 한다. 두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우리 몸에 밴 습관들이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거나 바닥에 무릎 꿇고 앉기, 쪼그려 앉아 손빨래하기, 양반 다리로 앉아 있기 등이 그것이다. 무릎관절에 가장 좋은 자세는 의자에 정자세로 똑바로 앉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하이힐을 많이 신는데, 이 역시 무릎관절에 부담을 준다. 세 번째 이유는 비만이다. 활동량(운동량)이 적고 과체중인 사람일수록 무릎관절에 무리를 주게 돼 퇴행성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나이 들어 퇴행성관절염이 올까 겁이 난다면 체중을 조절하는 게 좋다.”

- 관절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는?

“대표적으로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관절통이다. 초기에는 운동 후에만 통증을 느낀다. 그러다 더 진행이 되면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통증이 생기고, 궂은 날씨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말기에 이르면 연골이 다 닳고 밑에 있는 뼈가 드러나 걸을 때 마디뼈끼리 부딪치게 돼 5분도 채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둘째는 뻣뻣함이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하다고 느낀다. 발병 초기에는 활동 후 30분 이내에 나아진다. 하지만 3기 이상 진행 단계로 넘어가면 뻣뻣하게 굳은 관절이 상당 시간 안 풀어져 움직일 때 아파서 불편해진다. 셋째 관절에서 소리가 나게 된다. 무릎 관절을 움직일 때 삐걱거리기 때문이다. 넷째 관절이 변형된다. 무릎 연골이 망가지면서 뼈마디가 손상되고 관절이 O자형 또는 X자형으로 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뒤뚱뒤뚱 잘 걷지 못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바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발병 초기에 조기 진단, 잘 관리하면 수술하지 않고 약물치료나 비수술 요법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초기엔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을 시행한다. 운동치료를 통해 무릎 근력을 키우고, 체중을 감소시켜 무릎관절의 손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그래도 통증이 계속 반복된다면 정밀검사(MRI) 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3개월 이상 물리치료나 약물치료같은 보존적 치료를 했는데도 차도를 보이지 않을 때다.”

김창우 박사가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모습. 정동병원 제공

- 수술법도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그렇다. 크게 관절내시경 수술과 절골술, 인공관절 치환수술로 나뉜다. 관절경 수술은 초기, 중기 관절염 치료에 효과적이다. 보통 최후의 수단이랄 수 있는 인공관절 치환수술까지 가는 것을 막아주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시행한다. 무릎관절 주위에 1㎝ 미만 크기의 작은 절개창을 내고 그 틈으로 직경 0.5㎝ 굵기의 관절경 기구를 삽입해 수술을 진행한다. 피부 절개 범위가 작고, 출혈이 거의 없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게 이점이다. 관절 내 유리체 제거술, 자가 골·연골 이식술, 자가 연골배양 수술, 줄기세포 치료 등이 모두 관절경 수술로 이뤄진다. 절골술은 OX자 모양으로 휜 다리 변형을 바로잡아 통증을 감소시키는 수술, 인공관절 치환수술은 망가진 자기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말기 관절염으로 참기 힘든 관절통을 없애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 수술 시 고려해야 할 점은?

“먼저 환자의 연령을 따져봐야 한다. 나이에 따라 치료법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50대 나이면 젊은 축에 속한다. 이때는 절골술로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가 나을 수 있다. 다리 모양이 오자형으로 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보통 60~70대 이후 환자들에게 권장된다. 관절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절골술만으로는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아서다. 또 50대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65~75세 사이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위험이 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